세슘 생선 잇따라… 일 안팎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 확산
기준치 180배 초과 우럭 나와
세슘 과다 농어·쥐노래미도 어획
태평양 도서 국가도 “매우 우려”
일본 정부가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바다 방류를 예고한 가운데 원전 인근에서 잡힌 생선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 인근 어민은 물론 일본 주변 국가·지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 5월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은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인 kg당 100베크렐(㏃)의 180배나 되는 1만 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 우럭은 길이 30.5cm에 중량 384g으로, 원전 1∼4호기의 바다 쪽 방파제에 둘러싸인 해역에서 잡혔다. 이곳에서 지난 4월 잡힌 쥐노래미의 경우 kg당 1200베크렐의 세슘이 나왔다.
도쿄전력은 해당 수역에 사는 물고기가 항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원전으로부터 거리가 있는 바다에서도 종종 세슘 함유량이 많은 생선이 어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에는 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이와키시 앞바다에서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이 정한 기준치를 넘는 세슘이 함유된 농어가 잡혔다. 후쿠시마현 어협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kg당 세슘 50베크렐을 출하 기준치로 정했는데, 이 농어에서는 kg당 85.5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돼 지역 어민들이 지난 3월 말까지 농어 출하를 자제했다.
원전 인근에 터전을 둔 소마후타바어협 관계자들은 전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을 만나 불안감을 호소했다. 곤노 도시미쓰 조합장은 “방류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오염수 방류로 인해 후쿠시마 지역의 부흥을 위한 노력이 수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소문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가 수십 년간 지속되면 어떤 피해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만 섞인 반응은 지역 어민뿐만 아니라 태평양 도서 지역과 주변국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의 정치인들은 지난 3일 일본 국제법률가협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오염수 방류가 생활을 흔드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남태평양 피지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이민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방류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반박했다. 티코두아두아 장관은 “만약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한다면 왜 자국에 두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면 언젠가 남쪽으로 흘러올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7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와 관련해 “방사성 물질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며 일본 정부를 견제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오염수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해야 할 후속 조치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쿄전력이 지난 6일 개최한 회의에서 한 전문가는 “처리수를 희석한 해수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방류 전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침을 질의했으나 도쿄전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이 이달 중에 방류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