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사우디에 눈길이 가는 이유
스포츠라이프부 기자
LIV 시리즈, EPL 뉴캐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최근 세계 스포츠계를 움직이는 주류들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막대한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스포츠 변방 국가에서 단숨에 세계 대형 스포츠 행사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이어진 미국·유럽 중심의 주요 스포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남자 프로골프 투어를 지배한 미국 PGA 투어와 유럽 DP 월드투어는 7일 LIV 시리즈와의 합병을 선언했다. 세 투어가 합쳐진 새로운 투어가 출범한다. 새 투어의 CEO는 PGA 투어 커미셔너가 맡는다. LIV 시리즈를 주도한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독점적 투자자가 된다. 남자 프로골프의 터줏대감 PGA 투어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LIV 시리즈에 사실상 세계 남자 골프의 주도권을 넘겨준 셈이다.
축구계에서도 사우디의 기세는 뜨겁다. PIF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2021년 인수했다. 뉴캐슬은 PIF의 지원 속에 세계 최고 축구리그로 평가받는 EPL에서 올 시즌 4위를 차지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확보했다.
축구 스타들의 사우디 프로축구 리그 이적도 잇따른다. 호날두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 득점왕 출신인 벤제마까지 최근 사우디 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추가로 10여 명의 선수가 사우디로 간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대형 스포츠뿐만 아니라 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아 ‘생활 스포츠의 IOC’인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2028년 대회를 개최한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도 성공했다.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사우디의 이 같은 외연 확장은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우디의 최근 행보는 ‘오일 머니’를 기반한 ‘하드 파워’에다 스포츠·문화에 바탕을 둔 ‘소프트 파워’를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사우디는 오랜 기간 축적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위세를 2030년 세계 엑스포에서 보여 주겠다는 심산이다.
부산으로서는 2030 세계 엑스포 경쟁 상대인 사우디의 이 같은 스포츠 분야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 스포츠는 이념·종교·국경을 뛰어넘는 하나의 언어다. 소프트 파워를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이자 올림픽 세계 10대 강국이다. 모든 영역에서 엑스포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 지금, 부산이 스포츠로 더욱 빛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때마침 오는 16일 부산에서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페루 상대 A매치 경기가 열린다. 2030 세계 엑스포 유치도시 결정은 올 11월 이뤄진다. 사우디의 문어발식 영역 확장을 뒷짐 지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부산은 무엇을 할 것인가?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