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세 자녀 생각하면 눈물만…
남편 빚 떠안고 수감 생활
1년 새 체납금만 2500만 원
아이들 마음의 상처 눈덩이
오늘도 이 악물고 홀로서기
정민(48·가명) 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도꼭지를 돌려보지만 야속하게도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2주 전 관리비를 완납하지 않으면 단수 조치를 하겠다는 관리사무소의 최후통첩이 떠오릅니다. 단수, 단가스, 강제퇴거, 압류딱지. 지난 4년간 정민 씨를 꿈속까지 따라다니는 단어들은 오늘도 정민 씨 가족의 터전을 예고 없이 침범합니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남편의 사업 실패였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결혼 생활 중에 늦둥이 막내딸까지 품에 안았습니다. 막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사업은 수십억 원의 빚만 남긴 채 무너졌습니다. 채권자들의 악다구니와 매일매일을 술로 지내는 남편에게서 아이들과 도망쳐 나온 게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
무일푼이었던 정민 씨와 세 자녀는 구청과 주택공사의 도움으로 집도 마련하고 기초생활수급 자격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것투성이에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날만을 기대하며 하루를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하지만 정민 씨에게 평온한 삶은 허락되지 않은 걸까요. 남편과 법적 이혼을 완료하지 못했던 정민 씨는 남편이 사업 실패로 지고 있는 법적 책임을 함께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8년 11월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관들과 함께 집을 나선 정민 씨는 그 후 1년간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졸지에 엄마를 잃은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첫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둘째는 학교를 자퇴하고 막내와 집안 살림을 돌봤습니다. 졸업을 1년 반 앞두고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둘째는 아직까지도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를 보이고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가 남긴 건 비단 아이들 마음속의 상처뿐이 아니었습니다. 빠듯했던 생계급여로 근근이 내고 있던 월세, 관리비, LH 임대료, 도시가스비는 1년간 고스란히 연체됐고, 그로부터 시작된 2,500만 원의 체납금은 지금까지 정민 씨 가족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의 수감 사실이 알려져 막내는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조롱을 받았습니다. 견디다 못한 막내는 마음의 문을 닫고 방 안으로 숨어버렸습니다.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심리 치료를 받고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체납금의 굴레 속에서도 정민 씨는 희망을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오롯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삶을 놓지 않고 싶습니다. 정민 씨와 아이들이 더 이상 강제처분의 두려움 속에 지내지 않을 수 있도록, 과거 채무에 아이들의 미래가 저당 잡히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연산9동 행정복지센터 김성은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QR코드를 스캔하면 댓글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댓글 1건당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합니다.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15분에 방송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지난달 26일 자 정자 씨
지난달 26일 자 정자 씨 사연에 후원자 59명이 232만 5261원을, 특별후원 BNK 부산은행 공감 클릭을 통해 300만 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정자 씨의 간병비로 쓰일 예정입니다. 정자 씨는 올해 남편도 잃고 건강도 잃으면서 좌절했지만,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부담을 덜고 재활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자 씨는 도움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