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자 외면하는 노동정책, 어디로 간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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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경사노위 참여 중단 선언
정부, 노동계 대화 상대로 껴안아야

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자리에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이 놓여있다. 김 위원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 중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자리에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이 놓여있다. 김 위원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 중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과 함께 대정부 전면 투쟁을 공식 선언했다. 노조와 정부 간 대화 창구가 닫힌 것은 2016년 1월 이후 7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유일하게 정부와 대화 통로를 이어 온 국내 제1노총이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온 민주노총에 이어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소통 창구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노동정책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되풀이되면서 상호소통이 단절되고 갈등이 누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노·정 간 대화가 끊기게 된 건 윤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출범 이후 노동개혁을 명분으로 노동계에 대한 배제와 공격, 나아가 굴복과 척결에 힘을 쏟았던 게 사실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문제를 ‘건폭’ 탓으로 돌렸고 노조를 비리 집단으로 몰아 회계장부 점검 등으로 압박했는데, 그 과정에 노동자가 분신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농성 중 진압봉에 머리를 맞고 체포되는 유혈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에 앞서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주 69시간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노동계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지난 1년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노동’의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노조 일부의 비리나 잘못된 관행은 쇄신이 필요하고 불법적인 부분은 엄정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노조 회계 투명화라든지 건설현장 법치 확립 등 정부 방침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해석의 논란이 있는 법 적용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거나 과도하게 사측에 경도된 자세를 드러내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특히 노동계 전체를 불법·비리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쪽으로 모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은 더 큰 갈등만 부를 텐데 노동개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노총마저 “윤석열 정부가 선을 넘었다”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일방적 노동정책의 명분을 깔아 주는 정부와의 대화에 의미를 느낄 리가 없다.

양대 노총이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면서 노·정 간 대치는 그 앞날을 점칠 수 없게 됐다. 최저임금 논의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정부와 노동계가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된다. 먼저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푸는 역할이 요구되는 쪽은 정부다. 정부의 역할은 원래 기업과 노동자 사이를 지혜롭게 중재하는 데 있다. 기업에 편향된 모습 대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노동계를 국정 협의의 한 축으로 껴안아야 한다. 국론을 결집하지는 못할망정 갈등을 격화시켜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쪽으로 간다면 국민만 불행해질 뿐이다. 노동정책 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는 전환의 시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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