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문제 잇따른 제기에 선 그어
현역 기득권 타파로 프레임 전환
비명계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양대노총 청년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김성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래경 사퇴’ 파문과 관련 “더 나은 혁신이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8일 말했다. 지난 7일 언급한 “무한 책임”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표현이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 등 ‘책임론’이 거세진 데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친명(친이재명)계도 이 대표 사퇴 요구에 적극 반박하면서 혁신은 “현역 의원 기득권 타파”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정책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해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파문’ 극복 방안에 대해선 “더 나은 혁신을 해나가는 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혁신위원장 파문과 관련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침묵했다.

비명계에선 책임을 지는 방법은 이 대표의 사퇴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며 “중대한 잘못을 범했는데 대표가 그냥 말 한마디,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8일 발언은 ‘사퇴론’을 차단하고 새 혁신위원장 선임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친명계도 이 대표 사퇴론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기승전 ‘사퇴’로 모든 사안에 대해 판단한다면 당대표를 한 달에 한 번씩 뽑아야 된다”면서 “조금 더 일을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본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특히 당의 ‘혁신 방향’과 관련 ‘현역 의원 기득권 타파’를 강조했다. 당 혁신 논의에서 수세에 몰리자 혁신의 ‘방향’으로 논점을 바꾸는 모습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에 대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혁파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을 바꿀 수 있는 의지가 강한 분”이라고 말했다.

친명계가 현역 의원을 혁신의 대상으로 규정한 데 대해선 당내 세력구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당내 절대 다수였던 ‘친명계’ 의원 수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지도력 리스크’로 최근 급격히 줄었다. 비명계의 규모는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확인됐다. 비명계 박광온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얻으면서 민주당 세력지형은 ‘비명계 우세’로 확인됐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