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후쿠시마 괴담 정치, 괴담 정국
논설실장
후쿠시마 오염수 내달 방류
부산 횟집·해수욕장 비상
정부·부산시 대책 나와야
정치권은 정쟁에만 골몰
대안 제시 없어 시민 불신만
협치 통해 상생의 정치 긴요
페이스북을 보고 놀랐다. ‘멍게 절대 먹지 말라, 물 건너 왔으니’. 믿을 만한(?) ‘페친’인 관계로, 그 뒤로 멍게를 볼 때마다 불편하다. 언론도 안 통한다는 이 ‘SNS 호시절’에 더는 할 말 없다. ‘생선회 도사에게 들었다. 거의가 헐값에 물 건너 왔으니 멍게 절대 먹지 말라고. 우짠지 요즘 찌께다시로 만히 나오더라. 부산의 3대 먹거리는 돼지국빱 밀맨 회 한사라인데 이제 회집들 우짜노’.
‘믿을 만한 페친’인 데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요새 부산의 횟집에 사람들이 진짜 없다고 하는 말이 들린다. 자갈치에도, 광안리에도 횟집은 손님이 텅텅 비어 간다고 하는데, 마치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부산 거리에는 ‘우리 바다 안전 지키겠습니다 후쿠시마 괴담정치 OUT’ ‘국제 기준 처리 안 된 오염수 방류 절대 반대’라는 정부·여당 국민의힘 현수막이 부산 곳곳에 즐비하다. 이 정부·여당은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요새 자갈치나 광안리 횟집이 장사가 예전보다는 잘 안 된다는 얘기가 들린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말도 많다. 도대체 광안리나 자갈치가 무슨 잘못을 했나. 가만히 있는데 부산과 가까운 일본에 낭패를 당하는 게 부산의 운명이다. 여름철 단대목을 앞둔 부산이 이렇게 당해야 하나. 야당은 놔 두고 정권을 맡긴 윤석열 정부, 특히 절대 다수인 부산의 국회의원을 점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책임져야 한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부산의 환경단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낙동강 녹조 등 5가지 환경 의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부산환경회의·낙동강네트워크 등 부산의 환경단체들이 한데 뜻을 모았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부산의 환경 문제는 역시 ‘물 문제’라는 점이다. 수돗물을 대한 불신만큼이나 바닷물에 관한 불신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낙동강 오염수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처리수인데 왜 오염수냐고 한국 언론에 항변하지만 낙동강 하류를 살아가는 부산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정수 처리해도 ‘낙똥강물’일 뿐이다. 사실 집에 나오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부산 시민이 얼마인지는 미지수다. 그 낙동강 불신이 이번에는 바닷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 시민과 국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국민이 뽑은 권력은 한심하기만 하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기조가 아무리 중요하지만 한·미·일 관계는 예사롭게 넘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이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대단히 예민한 문제여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달라질 부분은 아니다.
왜 우리는 사회적 공론화가 없는 것일까. 수산물을 비롯하여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의 불신을 씻을 과학적 근거와 안전 장치를 정부가 앞장 서서 제시할 수는 없을까. ‘해양수산 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에 언제까지 괴담을 실은 현수막이 내걸려야 하나. 현수막 정쟁보다는 과학적인 논의가 앞서야 부산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은 부산은 벌써부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산의 해수욕장은 안전하고, 부산의 횟집은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산시와 정부가 나서 주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과학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일본에서 물차를 타고 생선회가 바로 들어온다는 시민의 불신에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소 해야 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잡은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를 넘는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걸 여당의 검증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것이 흘러 우리 바다에 올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는데, 도대체 여당인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TF’는 일본해를 지키는 태스크포스인지 국민을 헛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마냥 주장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야당이나 언론에서 아무리 위험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 공익을 위한 대목이 있다는 게 일반의 정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부산시는 시민의 생명을 제일 먼저 책임져야 한다. 부산시가 나서 후쿠시마 처리수가 다음 달 방류해도 안전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의 횟집이 살고, 해수욕장이 산다. 지금은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부산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횟집, 해수욕장과 함께한다는 결단이 지금의 부산에 필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부산으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예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