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시민단체 보이콧에 ‘BIFF 간담회’ 전격 연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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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 사퇴 없인 혁신 의미 없다”
불참 압박·거센 비판 여론 반영
정지영 감독 제안 혁신위 구성 방향
간담회 연기로 구체화 가능성 커
부산 영화계도 중립인사 포함 공감

BIFF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지난 5일 참석자들이 영화의전당 비프힐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BIFF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지난 5일 참석자들이 영화의전당 비프힐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국제영화제(BIFF) 혁신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간담회가 사실상 부산 영화계와 시민단체의 보이콧 압박에 따라 전격 연기됐다. BIFF 사태를 촉발한 ‘공동 위원장’에 임명된 조종국 운영위원장 사퇴 없이 혁신을 꾀하긴 어렵다는 거센 비판 여론이 반영된 셈이다.

BIFF 혁신위 준비위원회는 오는 12일 개최할 ‘부산국제영화제 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부산 영화계 요청에 따라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BIFF 이사 A 씨는 “부산뿐 아니라 서울 영화계에서도 의견을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애초에 영화계·문화예술계·시민단체 제한 없이 한 번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기에 생산적인 자리가 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준비위가 표면적인 이유로 ‘영화계 요청’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연기 결정은 부산 영화단체와 시민단체가 간담회를 보이콧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부산영화문화네트워크·부산영화평론가협회·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뿐만 아니라 영화·영상도시 실현 부산시민연대도 이미 불참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간담회가 제대로 된 의견을 수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부산 영화단체들과 시민단체는 조 위원장 사퇴 없이 혁신을 논하기 어렵다며 사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용관 BIFF 이사장 최측근으로 지난달 9일 ‘공동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영화계 안팎에 논란을 불러왔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의를 밝히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 임명을 추진해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결국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에 소속된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조 위원장 사퇴 없이는 간담회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며 “이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의견 수렴을 시작하는 게 혁신위 활동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김민우 간사는 “조 위원장 사퇴 없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BIFF 이사들로 혁신위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부분도 보이콧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조 위원장이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 혁신위 논의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이사진이 혁신위 준비위원회 구성을 도울 순 있지만, 직접 참여하는 결정을 내려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박재율 영화·영상도시 실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조 위원장 사퇴가 없는 상황에 혁신위 출범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혁신위 구성을 위해 간담회를 여는 모양새도 이상해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고 했다. 영화·영상도시 실현 부산시민연대는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부산경실련, 부산예총, 부산민예총, 부산YMCA, 부산YWCA 등이 참여한 단체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정지영 감독이 제안한 혁신위 구성 방향에 대한 논의도 간담회 연기로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감독은 지난 6일 BIFF 혁신위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과 현 이사회, 현업 영화인, 부산 시민단체 추천, 부산 영화인 단체 추천, 부산시 당국 1명씩 총 7명을 추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산 영화계도 대체로 그 방향에는 공감한다. 부산 영화인 B 씨는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포함한 구성안의 방향은 옳다고 본다”며 “혁신위원 숫자와 구성 인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며 기관장에게 부담을 주진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인 C 씨는 “영화계 대선배가 제시한 기준으로 토론이 가능해질 것 같다”며 “혁신위 구성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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