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까지 뒤덮은 캐나다 산불 연기… 1억 명 마스크 다시 썼다
산불 414곳 중 239곳 ‘통제불능’
연기 뉴욕·워싱턴 등 미 동부 확산
공기질지수 300 넘어 ‘위험’ 수준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현지 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산불의 연기가 미국 동부 지역에까지 퍼지면서 1억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7일(현지 시간) AF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빌 블레어 캐나다 비상계획부 장관은 이날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진화 작업에도 산불은 이틀 전의 400여 곳에서 줄지 않고 있다. 이 중 239여 곳은 ‘통제불능’ 상태로 진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현재 인력으로는 40여 곳만 진압할 수 있다. 시급한 곳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발생한 산불로 이날 현재 380만 헥타르(3만 8000㎢)의 캐나다 국토가 피해를 입었다. 남한 면적(약 10만㎢)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곳곳에서 도로와 고압 송전선은 폐쇄되고 통신이 중단되는 등 퀘벡주의 주요 인프라가 차단됐다. 원주민 6500명을 포함해 2만여 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산불이 전국에 걸쳐 발생한 최악의 산불”이라고 말했다.
대기질도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는 이날 오전 공기질지수(AQI)가 486까지 치솟았다. 지수가 300을 넘으면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특히 산불의 연기는 토론토를 넘어 국경을 접한 미국 뉴욕과 워싱턴DC까지 뒤덮으면서 이 일대의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변하고 대기질도 사람 건강에 좋지 않은 정도로 악화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7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대서양 연안 중부부터 북동부, 오대호 상류 일부 등에 이르는 지역의 대기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EPA는 1억 명 이상의 주민에게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EPA는 AQI가 151 이상이면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보고 경보를 발령한다. 이날 EPA의 대기질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뉴욕시가 364,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 밸리가 464, 코네티컷주 스트랫퍼드가 325, 뉴저지주 멘드햄이 315를 각각 기록했다.
실제 7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시의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낮 시간대 뉴욕 고층 스카이라인에 내려앉은 어둡고 뿌연 연기가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희귀한 광경에 뉴요커들은 신기한 듯 곳곳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실외에 5분만 있어도 금세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스크를 꺼내 쓰는 행인들도 늘었다.
미국 기상청(NWS)의 기상학자 마이크 하디먼은 NYT에 “화성을 보는 것 같다”며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오늘 방과 후 활동을 포함해 모든 야외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문을 각 가정에 배포했다.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소풍과 체육 등 학교 야외 활동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