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이름값만 7252만원…울산서 가장 비싸게 팔린 버스 정류장은 어디?
시, 26~29일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 판매
삼산로, 구영로 등 92개 명칭 매물로 내놔
울산대학교 앞 정류장이 연간 2000만원대
화합로 정류장은 7252만 원(3년 기준) 팔려
울산시가 올해도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을 민간에 판다.
시는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 병기 사용 유상 판매’ 사업 응찰자를 모집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돈을 받고 버스 정류장 명칭을 민간에 파는 것이다. 정류장 명칭을 구매하면 정류소 표지판, 노선 안내도에 민간 업체 이름이 들어간다. 시내버스 안내방송에도 노출된다.
시는 이렇게 번 돈을 교통시설 개선에 재투자하고, 민간업자는 공공재인 버스 정류장에 업체 이름을 넣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21년 울산이 전국에서 처음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 병기 사용 유상 판매를 시행했으며, 지방재정 우수시책으로 선정돼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을 판매해 총 10개 정류장에서 3억 9000만 원 수익을 올렸다. 모두 지역 최대 번화가인 삼산동에 있고, 10곳 중 9곳이 병원에 팔렸다. 나머지 1곳은 음식점이다.
올해는 울산 전체 3600여 개 버스 정류장 중 92개 명칭이 매물로 나왔다. 삼산로, 중앙로, 학성로, 화봉로, 구영로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정류장 중심에서 반경 500m 이내 소재한 의료기관, 금융기관, 기업체, 자영업자, 다중이용시설 등이 응찰할 수 있다.
명칭 가격이 가장 비싼 정류장(3년 계약 기준)은 남구 삼산동 화합로에 있는 정류장(번호 40420)으로, 업체 이름을 괄호 안에 표기하는 데 7252만 원을 낸다. 그 다음이 화합로 40419 정류장으로 가격이 6390만 원이다. 두 곳 다 2021년 인근 안과병원이 사들였다.
아직 팔리지 않은 정류장 명칭 중 가장 비싼 곳은 울산대학교 정문 앞 30708 정류장으로 연간 기초금액이 2084만원이다. 입찰 조건인 3년 계약 시 최소 6253만 원을 내야 한다. 남구 신복로터리 인근 주상복합건물 앞 30704 정류장이 1853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간 기초금액이 1000만 원이 넘는 정류장은 총 17곳에 달한다.
명칭 판매는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는 26일 오전 9시부터 29일 오후 6시까지 시 버스택시과를 방문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정류소별 기초 금액을 기준으로 최고 금액을 제시하고, 대중교통개선위원회의 명칭 사용 적정성 심의를 통과한 업체가 최종 선정된다. 최고 금액 낙찰자가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차순위 입찰자를 심의, 결정한다. 응찰금액이 동일하다면 학교, 의료기관, 금융기관, 기업체, 다중 이용시설 순으로 우선순위를 가린다.
다만 정류장 명칭 중 시민들의 이용과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될 경우 울산시 대중교통개선위원회 결정사항에 따라야 한다. 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상업지역 정류장 명칭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수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명칭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세입은 정류장 표지판 개선 등 시설 정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