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신음하는데…우리 시대 소설·시는 유효한가?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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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7호 평론가 구모룡
‘문학은 어떻게 기후위기 만날까’
현실에 대한 무감각화 꼬집어

열린 가능성·행성적 감각 필요
기후위기-문학 아카데미 개최

최근 캐나다 동부 산불이 거대한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는 모습. 이 연기는 미국 뉴욕과 남부까지 뒤덮고 있다고 한다. AFP 연합뉴스 최근 캐나다 동부 산불이 거대한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는 모습. 이 연기는 미국 뉴욕과 남부까지 뒤덮고 있다고 한다. AFP 연합뉴스
최근 거대한 불과 연기가 대지를 뒤덮고 있는 양상의 캐나다 동부 산불 모습. 지구온난화 재앙의 하나다. AFP 연합뉴스 최근 거대한 불과 연기가 대지를 뒤덮고 있는 양상의 캐나다 동부 산불 모습. 지구온난화 재앙의 하나다. AFP 연합뉴스
캐나다 동부 산불이 미국 뉴욕까지 연기로 뒤덮은 상황에서 서부 브리티니 컬럼비아에서도 지난 3일 산불이 일어나 수목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 동부 산불이 미국 뉴욕까지 연기로 뒤덮은 상황에서 서부 브리티니 컬럼비아에서도 지난 3일 산불이 일어나 수목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북극곰 두 마리가 알래스카 북부 극지의 녹다 말아 앙상한 얼음더미 위를 위태롭게 거닐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북극곰 두 마리가 알래스카 북부 극지의 녹다 말아 앙상한 얼음더미 위를 위태롭게 거닐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구가 기후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 동시대 문학은 유효한가. 우리 시대의 소설과 시는 안녕하신가. ‘기후위기’를 주제 삼은 반연간 문예지 <문학/사상> 7호에 실린, 평론가 구모룡의 글 ‘문학은 어떻게 기후위기를 만날까?’는 이런 질문을 꺼낸다. <대혼란의 시대>의 인도 작가 아미타브 고시와 인류세 서사를 펼치는 호주 클라이브 해밀턴을 가져와 논지를 세운다.

구모룡은 이 글에서 우리 동시대 문학은 ‘현실에 대한 무감각화’와 연동하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는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특징은 ‘대안이 없다’ ‘미학적 스타일의 모더니즘’ 등 한계를 지닌 것으로 요약된다. 그것은 더 이상 역사의 낙관과 진보를 믿을 수 없고, 명목상 민주주의만 있으며,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니힐리즘적 쾌락주의가 만연한 시대적 징후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세의 파멸을 겪고 있으며, 그 핵심이 기후위기라는 것이다. 대기 기후가 안정적이었던 홀로세 이후 인류세 도래는 재앙이다. “인간의 힘이 아주 강력해져 이제 위협적인 새로운 지질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이 인류세의 무서운 징후이자 경고다. 남태평양 군도가 물에 잠기고 있고, 북극과 남극 등지 곳곳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으나 이를 이국의 풍문으로 치부한 채 문학과 예술은 자본주의적 은폐양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인도 작가 아미타브 고시 같은 이는 나날의 일상적 디테일을 축으로, 기존의 내레이션이라는 익숙한 배를 타고 있는 오늘날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은 기후위기 시대를 반영할 수 없다고 심각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소설은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플롯에서 보듯 근대의 합리성과 인과론, 환원주의라는 ‘부르주아적 규칙’에 얽매이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사실주의 소설의 현실 구축 방식은 현실을 은폐하는 ‘사실주의 아이러니’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아미타브 고시는 문학과 예술이 기후위기의 외면이나 방기를 넘어 기후위기를 생산해내는 체제에 의존·협조·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모룡 문학평론가. 부산일보DB 구모룡 문학평론가. 부산일보DB

구모룡은 “시 또한 기후위기를 은폐하는 양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언어만의 추상, 언어의 건축술에 갇혀 있는 것, 내향적 미학주의 혹은 주체 중심의 표현주의, 현실이 아닌 과거에 매달리는 서정은 ‘이 세계가 곧 무너진다’는 고통을 외면하면서 재난과 기후위기를 쉽게 그 내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방식을 들 수 있다고 한다. 아룬다티 로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통하고 지속적인 실천을 하면서 글을 쓸 때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 형식을 취한다. 기존 소설 형식이 기후위기를 제대로 담을 수 없는 ‘독특한 저항’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쩌면 다른 미디어의 활용이 기후위기를 계몽하는 더 시급하고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만큼 소설은 열린 가능성을 향해 과감히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클라이브 해밀턴의 주장처럼 새로운 거대한 서사, 인류세 서사가 요청된다고 한다. “서사의 실마리는 지역적 관습, 이해보다는 지구 시스템 과학의 확고한 논리를 발견하는, 미적 창의성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시의 경우도 언어를 비트는 데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행성적 감각’, 즉 사물의 미시적 공감에서 거시적인 인류세 서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글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소설과 시를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문학/사상>은 ‘기후 위기와 문학의 대화’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각 5주 단위로 3차에 걸쳐 15주 아카데미를 연다.

먼저 15일~7월 20일 5주에 걸쳐 ‘산지니X공간’에서 ‘1차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가 열린다. 해당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에 걸쳐 전문가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되는데, 회비가 없으며 교재를 무료 제공한다. 15일 ‘기후위기와 인류세의 등장’(구모룡·문학평론가), 22일 ‘지구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정광모·소설가), 29일 ‘우리가 사는 세계와 기후위기’(정영선·소설가), 7월 13일 ‘나의 문학과 기후위기’(조미형·소설가), 7월 20일 ‘시로 읽는 기후위기’(최정란·시인)의 순으로 이어진다.

‘1차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 포스터. 산지니 제공 ‘1차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 포스터. 산지니 제공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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