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도시’는 잘못된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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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창원대 행정학 명예교수

‘지방도시’는 잘못된 용어이다. 도시는 당연히 지방이며 세계의 모든 도시는 지방이다. 도시가 아닌, 즉 도시화가 되지 않은 지방은 있어도 지방이 아닌 도시는 있을 수가 없다. 지방의 대칭 용어는 중앙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도시의 대칭 용어가 중앙도시인가? 대도시권의 공간적, 기능적 중심성을 가진 도시공간을 지칭하는 ‘중심도시’(central city)라는 학술 용어가 있기는 하나, 구글 검색에서 local city는 발견되지 않는다. 싱가폴, 모나코, 바티칸 등은 지방이 아닌 도시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도시들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국가인 ‘도시국가’들이다.

이렇게 잘못된 합성어인 지방도시란 용어가 한국에선 별 문제의식 없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열과 형식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전국종합개발계획에서 대도시권 외의 도시들을 지방중추도시, 지방중핵도시, 지방중심도시, 지방중소도시로 계층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지방도시라는 용어가 명확하고 일체감 있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지방도시라는 용어가 서울 이외 지역의 도시들을 지칭해 왔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인천, 경기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이외 지역의 도시들을 지방도시라 부르고 있다. 수도권 도시가 아니면 소도시, 대도시 구분 없이 모두 지방도시로 불린다. 동북아 유명 대도시인 부산마저도 도매금으로 지방도시라고 불리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도 지방이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자치단체장과 지역의원을 선출한다. 서울지방법원, 서울지방국세청 등 서울을 지방이라고 명시한 기관들이 이것을 나타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 명칭에서도 서울은 지방이다. 그렇지만 누구도 서울을 지방으로 보지 않는다. 심지어 이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조차도 지방도시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며 ‘지방도시론’이란 책까지 나와 있다. 언론들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문제 제기도 없다. 아마 영향력 있는 매체들이 서울이라는 공간과 정치경제적 이해 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권력과 영향력의 공심부이고 다른 지역은 주변부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방도시는 이처럼 구분과 차별의 언어이다.

이러한 오류는 서울을 지방으로 보지 않고 중앙으로 생각하는 데 기인한다. 중앙은 공간적 개념이 아닌 제도적 개념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서울을 중앙으로 인식하고 서울 외에는 모두 지방으로 보는 개념적 혼동이 존재한다. 중앙과 서울을 동일시하는 개념적 혼동과 왜곡의 배경에는 정치적 편견 및 이해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힘 있는 경제 주체들의 이익을 결정하는 정치적 행위와 정책들이 전적으로 국가 정치 및 중앙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그것이 서울이란 공간 속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서울은 중앙과 혼동되어 인식되어 왔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주창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중앙 정부의 영향력 감소는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이처럼 서울과 중앙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은 지방분권 개혁에 적지 않은 개념적 장애가 된다. 서울을 하나의 지방으로 인식하며 서울시민의 지방자치 의식 없이 한국의 지방자치가 개념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을까?

이처럼 서울과 중앙을 구분하지 않는 데는 정치경제적 이해 관계 네트워크가 작용하고 있다. 지방과 지방도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용어이다. 잘못된 용어를 바로 잡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방도시라는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 된다. 언론들의 선도적 의식 전환을 기대한다. 그리고 이 문제가 부산과 경남의 리더들에 의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거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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