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해변·이라크·시골 터미널… 삶의 이야기들 연극 무대에 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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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부산 소극장 연극 이어져

연극 '명정의 불꽃' 연습 장면. 자유바다 제공 연극 '명정의 불꽃' 연습 장면. 자유바다 제공

초여름에 접어드는 6월, 부산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독립운동가부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기장 독립운동 다룬 ‘명정의 불꽃’

부조리한 현실 ‘우리 집 뜨락에는’

이라크전 배경 ‘아버지를 찾아서’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터미널’ 


■ 극단 자유바다 ‘명정의 불꽃’

부산 기장군에는 많은 독립운동가 애한이 서려 있다. 연극 ‘명정의 불꽃’은 일제 강점기 기장에서 시작된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았다. 극단 자유바다 정경환 연출가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유상흘, 임선미, 박윤희, 강정희, 김지연, 이크신, 김경민, 강규민이 출연한다.

1910년 박세현을 비롯한 선각자들은 기장에 민족 학당 명정의숙을 세웠다. 민중 교육이 국권 회복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곳은 그 뜻에 따라 민족정신을 고취했고, 민초들이 만세운동 등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하게 만들었다.

연극에서 주인공 용해는 외할머니 죽음을 맞는다. 친척 하나 없어 조촐한 장례식을 치르려는데 갑자기 낯선 이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상복을 챙겨 입고 제대로 된 장례식을 준비한다. 그들은 외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16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17일 오후 3시. 기장군 기장군청 차성아트홀.


연극 '우리 집 뜨락에는' 포스터. 어니언킹 제공 연극 '우리 집 뜨락에는' 포스터. 어니언킹 제공

■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 ‘우리 집 뜨락에는’

처절한 웃음과 아름다운 부조리가 가득한 무대가 펼쳐진다.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 전상배 연출가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부산 연극인상과 2021년 제3회 아름다운 연극인상을 받은 최현정,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에서 내공을 쌓은 조정우 배우가 출연한다.

연극에는 두 인물 ‘가’와 ‘나’가 등장한다. ‘가’는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는 버려진 숲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 숨어 사는 그는 마냥 즐겁고, 신나고, 행복해 보인다. 그곳에 갑자기 ‘나’가 나타난다. 그들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결국 ‘가’와 ‘나’는 서로를 이해하고, 동행을 약속한다. 연극은 바꿔야 할 것을 바꾸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떠오르게 만든다. 지난해 초연한 ‘우리 집 뜨락에는’은 부산문화재단 ‘공연장 연계 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다시 관객을 만난다.

▶15~24일 평일 오후 7시 30분·토요일 오후 4시(18~19일 공연 없음). 남구 공간소극장.


연극 '아버지를 찾아서' 포스터. 배우다 제공 연극 '아버지를 찾아서' 포스터. 배우다 제공

■ 프로젝트그룹 배우다 ‘아버지를 찾아서’

전쟁으로 얼룩진 이라크가 배경인 작품이다. 전쟁과 맞닥뜨린 남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젝트그룹 배우다’가 제작했고, 강호석 연출가가 원작 대본 재구성과 연출을 맡았다. 박정우, 김세연이 출연한다.

 남매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많은 이들을 만난다. 하나같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그들은 정상이 아니다. 불안에 떨고, 집착하고, 쫓기고, 무서워하는 모습이다. 대가를 치르고 남매가 도착한 곳은 어두컴컴하고 습한 아부하도봐의 아지트. 사업 이야기를 떠들던 아부하도봐는 ‘아버지를 이미 팔았다’고 말한다. 분노한 남매는 그들의 아버지를 돈으로 산 아후타를 찾아간다. 그는 아버지를 두고 흥정에 나선다. 연극은 ‘사람들은 잃어버린 아버지보다 더러운 돈을 더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진다.

▶17~18일, 24~25일 오후 3시. 기장군 가마골소극장.


연극 '터미널'의 한 장면. 우분투 제공 연극 '터미널'의 한 장면. 우분투 제공

■ 창작집단 우분투 ‘터미널’

공연예술이 가지는 공동체 예술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인 청년 ‘창작집단 우분투’의 첫 정기 공연 작품이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오싱젠의 작품 <버스정류장>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버스를 기다린다’는 점은 같지만 버스정류장이 아닌 터미널을 무대로 옮겨 등장인물의 서사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골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가 계속 오지 않자 사람들은 줄서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오지 않는 버스를 탓하고, 주변을 탓한다. 현장 노동자와 학생들을 배척한다. 그러던 중 할머니는 오지 않는 버스에 미련을 두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당신의 기다림에 관하여, 연극 터미널’은 목적을 잃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교육극단 고춧가루부대와 협업한 작품으로 예술감독은 안준영, 연출은 김서인이 맡았다. 김예원, 정지원, 박동현, 손현아, 임정윤, 류현지, 김혜랑, 김서인이 출연한다.

▶24~25일 오후 5시. 연제구 여기는극장입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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