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나이 마흔이 대세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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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가수 양희은이 43세에 발표한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노래 내용이다.

80세 안팎의 한국인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나이 마흔’은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이 비슷해지는,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시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흔에 느끼는 인생사 무게감은 비슷한 모양이다. 공자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불혹(不惑)의 나이’, 미국 링컨 대통령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고 정의했을 정도다.

그런 나이 마흔이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중위 연령(국내 총인구를 연령별로 세워 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나이)이 1994년에는 28.8세, 2003년 33.5세에서, 올해는 45.6세로 상승했다. 20년 전보다 12.1세가 높아졌다. 연간 100만 명에 이르던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급락하고, 인구 비중이 큰 베이비부머들이 50~60대가 되는 등 인구 분포가 달라져서다.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청년연령을 45~49세로 변경하는 조례까지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40대가 빠르게 일자리 시장 바깥으로 내쳐지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책임져야 할 게 너무나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 40대 취업자 수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계속해서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1월 6만 3000명, 2월 7만 7000명, 3월 6만 3000명, 4월 2만 2000명이나 줄었다. 40대 희망퇴직과 제조업 불황의 여파로 분석된다. 이런 나이 마흔의 불안감과 막연함을 달래는 출판물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고 한다. ‘마흔~’ ‘40대~’가 제목에 들어간 책이 ‘서른~’을 제목으로 내건 책 숫자를 넘어섰을 정도다. ‘마흔’은 ‘오십’과 함께 서점가의 대표적인 키워드로 떠올랐다.

1983년 공개돼 탄생 40주년을 맞은 ‘아기공룡 둘리’ 배급사는 만화 캐릭터 고길동 아저씨 이름으로 둘리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서 “마흔 살 둘리야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라고 적었다. 반환점을 돈 나이 마흔, 조급하지 말고,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달려갔으면 한다. 오늘이 가장 멋진 과거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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