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앞 수산업계 피해 현실화
업계, 소비량 급감에 고사 우려 커져
정부, 괴담 주장 대신 대책 마련해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본격화하면서 부산을 비롯한 국내 수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방류되는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미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수산업계로서는 지금 상황이 공포 그 자체라고 하소연한다. 2011년 당시 국내 수산 관련 업체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았다는데, 이번에 오염수가 실제 방류될 경우 그나마 유지되던 우리 수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수산업계의 피해는 먼 일이 아니라 벌써 현실화됐다. 당장에는 활어를 수입해 파는 업체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부산 감천항 등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활어의 경우 국내 유입 물량이 현저히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이왕에 들어온 물량도 소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입 물량만이 아니다. 수산물 자체를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어민, 유통업자, 도매업자 등 국내 수산업 자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10년 이래 가장 힘든 때라는 탄식이 업계에서 터져 나온다. 업체들 사이에서 직원을 줄이고 어선까지 처분하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등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만 힘을 쏟을 뿐, 정작 국내 수산업계의 피해를 추산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권을 중심으로 발의된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의 피해를 보상·지원하기 위한 특별법도 당정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논의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동안 숱한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7일에서야 겨우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라는 이름으로 첫 대책회의를 가진 당정이고 보면, 그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에 수산업계의 실망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오염수의 안전 여부를 확실히 검증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시에, 오염수 방류로 피해가 예상되는 수산업계를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오염수 피해 우려가 괴담이니 아니니 다툴 때가 아니다. 여야가 그렇게 다투는 사이 국내 수산업계의 기반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2021년에 이미 자국 어민들이 보는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한 기금 창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800억 엔, 우리 돈으로 75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 정부도 수산업계를 포함한 국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