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대통령 직속 해양위’ 설치하자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장
해수부 통합행정 성과 불구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현안 산적
대통령 중심 관련 부처들 모아
첨예한 해양 이슈에 대응해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를 주도한 숨은 주체가 ‘국가우주위원회’다. 2005년 우주개발진흥법이 발효되며 설립된 대통령 직속 정부 자문 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항공산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우주와 해양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첨단기술이 우주와 해양산업에서 공유되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가장 비슷한 환경으로 활용하는 훈련 공간도 역시 심해다. 우주만큼 해양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커지기를 기대하며 ‘대통령 직속 해양위원회’ 설치를 감히 제안한다. 해양산업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맞춰서 국가 해양 정책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해양산업은 그 범주와 정의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해운, 항만, 수산으로의 구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해양경계, 해양과학, 해양자원, 해양관광, 해양환경과 기후 문제 등에 대한 대응도 해양수산부의 핵심 업무가 됐다. 해양공간에서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부 부처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해양위원회 설치를 당부하는 이유다.
예를 들자면 풍력·조력 발전을 위한 해양 재생에너지 공간 설치 등이 있다. 해운·항만·수산이 종전까지 해양공간에서 일어나는 전부였다면, 이제는 해상풍력·해양환경·해저 건설 등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산업이 경쟁하면서 부처 간 갈등과 마찰이 커지고 있다. 해양공간 활용에서 국가 자원의 비효율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정책 실패’로 귀결될 우려를 낳는다.
해양산업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야 한다. 해양산업은 외교, 군사, 환경, 에너지 등 국가의 주요 의제와 직접 연결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발 처리 오염수’ 방류, 독도를 둘러싼 갈등, 중국과 일본에 걸친 대륙붕 문제 등은 외교 수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해양과 해양과학에 대한 전문 식견과 새로운 시각의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고, 그만큼 다양한 부처의 협력과 조율이 절실해졌다.
해양 행정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해양 강국은 비전과 목표에 따라 다른 형태의 정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해운 선진국들도 대한민국의 해양수산부를 벤치마킹한다. 해운 선진국들이 최근 통합행정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미국은 일찍부터 해운을 교통수단의 하나로 보고 통합 교통행정을 지향해 왔지만, 해양 관련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 2010년 이후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도 해양정책의 중요 근간은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는 우리의 해양수산부와 비슷한 중앙부처를 설치했다. 이에 앞서 통합행정과 이해관계자의 갈등 조정을 위한 해양위원회를 진즉부터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해양위원회는 특히 각 부처 관료와 기업, 노조, 시민단체 대표까지 참여하는 개방형 거버넌스다. 일본은 내각부 산하에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각부 대신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해양정책본부’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 본부장을 총리가 직접 맡을 정도로 해양정책 기획과 설계, 타 부처와의 갈등 조정을 중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6년에 창립 30년을 맞는다. 비록 굴곡의 시련을 겪었지만 해양수산 통합행정의 효과는 컸다. 해양보호구역이 배 이상 늘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해양공간 효율화 정책도 성과를 냈다. 극지 개발과 극지 해양영토 확보, 쇄빙선을 통한 극지 통항 항로 개설도 해양수산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자체 법률안 제출’이 가능하고 중장기 해양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것도 해양수산부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해양수산부만의 노력으로 해양 현안을 다 해결할 수 없다. 바다로 이어진 이웃 국가는 물론이고 해양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력 사업도 크게 늘었다. 특히 동북아는 국가 갈등이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지역 중 하나다. 외교, 국방, 자원 갈등이 해양 분야에서 더욱 많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다부처 협력 체계, 즉 대통령 직속 해양위원회 설치가 절실한 이유다.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양과 관련된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의 수장과 전문가들을 모아서 해양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위원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