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까다로운 조건에 5000만 원 목돈은 '그림의 떡'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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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최종 출시 앞둔 청년도약계좌
1000만 원 이상 카드 실적 요구 등
목돈 마련 취지 무색 우대 조건 눈쌀
은행 "일상적 금융 생활로 충분" 반론
청년층, 12일 공시 예정 확정 금리 촉각

오는 15일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은행이 설정한 우대 금리 조건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청년도약계좌 운영 사전 점검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오는 15일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를 두고 은행이 설정한 우대 금리 조건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청년도약계좌 운영 사전 점검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청년층 목돈 마련을 위해 오는 15일 출시하는 청년도약계좌의 확정 금리가 12일 공시된다. 1차 공시에서 최대 6.5%에 달하는 금리와 비과세 등 기존 예적금과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실상은 카드 사용실적 등 은행이 설정한 우대 금리 조건의 벽이 높아 당초 도입 목표인 5000만 원 마련은 일부 소수 청년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이뤄진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 공시에서 상품을 취급하는 11개의 은행이 제시한 최고 이자율은 평균 5.9%였다. 이는 각 은행의 기본금리에 소득 우대금리와 은행별 우대금리를 모두 더한 값이다.

청년도약계좌 취급을 신청한 은행들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책정한 곳은 IBK기업은행으로 기본금리에 각종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6.5%다. 이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BNK경남은행은 6.0%였으며 △BNK부산·DGB대구은행 5.8% △광주은행 5.7% △전북은행 5.5% 순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향후 시장 반응과 여론 등을 종합해 12일 청년도약계좌의 최종 금리를 공시할 예정이지만 이를 앞두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각 은행이 자체 조건을 달아 제시한 ‘은행별 우대금리’ 때문이다.

은행들은 △급여이체 통장 사용 △마케팅정보 제공 동의 △만기까지 가입 유지 등의 조건에 항목별로 0.1∼1.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걸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우대금리 조건은 카드 사용 실적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 원 이상, 36회 이상(만기 전전월말 기준) 하나카드(신용·체크카드) 결제(하나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이 있어야 연 0.6%P의 우대 금리를 준다. 하나카드로 3년간 1080만 원 이상을 써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도 월 30만 원 이상,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간의 2분의 1 이상 우리카드 결제(우리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을 보유한 가입자에게 연 1%P의 우대금리를 약속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한 달부터 만기 전전월까지 카드 실적이 월평균 20만 원 이상이면 금리를 연 0.5%P 높여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소 결제액은 설정하지 않았지만 0.5%P의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신한카드 결제 실적 30개월 이상을 충족해야한다.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다소 완화된 요건을 제시하긴 했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은 카드 이용액 500만 원 초과 시 각각 0.5%P, 0.8%P, 전북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간 절반 이상 카드 결제 실적이 있을 경우 0.5%P의 우대 금리를 약속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최대 5000만 원을 모으는 적금을 위해 1000만 원 이상의 카드 사용 조건을 꼭 걸어야만 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준비 중인 김태헌(31) 씨는 “청년도약계좌가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만큼 당국이 기대한 금리 연 6.0%를 억지로 맞춘 모양새”라며 “돈 있는 일부 청년의 도약 계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사회 생활을 하는 청년이라면 일상적인 금융 생활 내에서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반론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감안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이나 현재 취급하고 있는 직장인 대상 적금의 우대금리 조건과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가 3년간 고정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인 만큼 향후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 경우 은행의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내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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