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들여 하루 18명 방문… 통영VR존 결국 폐관 수순
미래형 관광시설, 흥행엔 참패
“비싸고 재미 없다” 혹평 잇따라
2020년 개관 적자 누적 운영난
‘공모 따고 보자 부작용’ 지적도
경남 통영시가 미래형 관광시설로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참담한 실적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삼도수군통제영 실감콘텐츠 체험존(통영VR존)’(부산일보 2022년 8월 12일 자 11면 보도)이 결국 폐관 수순을 밟게 됐다. 시설 사업비로만 50억 원을 썼고, 인건비 등으로 한 해 2억 원 넘게 지출됐지만, 실제 이용자는 하루 20명에도 못 미쳤다. 주먹구구식 묻지마 공모사업 따내기의 폐해라는 지적이다.
통영시에 따르면 한국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한 통영VR존 운영 개선 정밀진단 결과,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행 유지 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비·성수기 운영일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법률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쇄 여부를 결정, 타 시설로 교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통영VR존은 최신 4D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험하는 시설이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용산업위기지역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을 토대로 국비 25억 원에 도비 7억 5000만 원, 시비 17억 5000만 원을 들여 2020년 5월 개장했다.
옛 통영시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해 1층은 통영 관광 체험, 2층은 역사문화체험, 3층은 옥상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한산대첩과 해저탐험 등 통영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11가지 콘텐츠를 갖췄다. 운영은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맡았다. 당시 공사는 연평균 이용자 10만 명을 예상하며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면서 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발전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은 참담했다. 최소 운영비라도 맞추려면 하루 최소 50명, 연간 1만 8000여 명은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개장 후 3년간 이용자를 합쳐도 1만 2000여 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7.8(평일 15명, 주말 25명) 꼴이다. 이 때문에 내내 적자에 허덕였다. 첫해 1억 원, 이듬해 1억 3800만 원, 지난해 1억 3900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실내 이용시설이라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비싼 이용료도 발목을 잡았다. 성인 기준 VR 콘텐츠 1개 이용 요금이 8000원, 13~18세 청소년과 만 6~12세 어린이는 각각 7000원, 6000원이다. 반면 체험 시간은 4∼5분 정도로 짧아 ‘영상 퀄리티는 좋은데, 재미가 없다. 돈값을 못 한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결국 시는 지난 1월 공사와 위탁 기간 종료되자 6개월 임시 휴관과 함께 경영 개선 진단에 착수했다. 컨설팅을 통해 사실상 폐관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당장 실행에 옮기기도 쉽지 않다. 정부 공모사업 시설은 내용연수 5년을 채워야 처분할 수 있다. 기한 전 폐기 시 주무 부처 사전 승인을 받거나 국비를 반납해야 한다. 통영VR존은 2025년까지다. 못해도 1년 6개월은 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비 준다니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공모사업 참여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영시의회 조필규 의원은 지난달 ‘공모사업 관리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무분별한 공모사업은 사후 관리 등에 더 많은 과제를 남긴다”면서 “사업의 적법성과 타당성 등을 따져 효율적으로 추진하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