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4강’ 김은중호, U-20 월드컵 4위 ‘유종의 미’
이스라엘과 3·4위전 1-3 패
전반 1-1 후 후반 연속골 허용
2회 연속 4강 진출 새 역사 써
이승원 3골 4도움 ‘브론즈볼’ 수상
이영준·배준호 등 미래 스타 발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의 새 역사를 쓴 김은중호가 2023 U-20 월드컵을 4위로 마무리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1-3으로 졌다. 지난 9일 이탈리아와의 준결승(4강전)에서 1-2로 져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한국은 이날 3위 결정전에서도 패해 4위로 대회를 끝냈다.
비록 이스라엘에 졌지만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1983년 대회(옛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를 포함하면 이 대회에서 일군 세 번째 4강 진출이다.
이날 3·4위전에서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이스라엘과 일진일퇴의 접전을 펼쳤다. 양 팀은 서로 공격에 무게를 두며 맞받아쳤다.
전반 19분 한국이 먼저 실점했다. 이스라엘의 함자 시블리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란 비냐민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5분 만에 균형을 맞췄다. 상대 오른쪽 진영을 돌파한 이승원(강원FC)이 중앙으로 크로스를 띄웠고, 페널티지역에서 공을 잡으려던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가 일라이 페인골드에 밀려 넘어졌다. 주심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키로 나선 이승원은 과감하게 골문 중앙으로 파넨카킥을 차 1-1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 3골 4도움을 작성한 이승원은 2019년 U-20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자 이강인(RCD마요르카)의 2골 4도움을 넘어서는 공격포인트 7개를 기록했다. 이는 FIFA 주관 남자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기록한 최다 공격포인트다. 이승원은 7골을 넣어 골든볼을 받은 체사레 카사데이(이탈리아), 실버볼 알란 마투로(우루과이)에 이어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전반을 1-1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이스라엘의 공세에 밀렸다.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패스와 측면 돌파가 번번이 끊겼다. 이스라엘의 위협적인 슈팅이 계속됐고, 결국 후반 31분 결승골을 허용했다. 아난 칼라일리의 크로스를 오메르 세니오르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1-2로 뒤진 한국은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칼라일리에게 쐐기골을 내줘 결국 1-3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 4위로 마친 김은중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김은중호에는 2019년 대회의 이강인과 같은 특출난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 들어가자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조직력으로 강호들을 연파하며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바탕을 둔 실리 축구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기세를 올렸고, 무패(1승 2무)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선 에콰도르를 3-2, 8강전에선 나이지리아와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4강까지 질주했다. 비록 이탈리아에 발목이 잡혀 ‘어게인 2019’는 눈앞에서 놓쳤지만, 예상을 깬 ‘반전 스토리’를 썼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공격포인트 7개를 작성한 이승원을 비롯해 홀로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낸 이영준(김천 상무)과 에콰도르·이탈리아전에서 창의적인 개인기를 뽐낸 배준호, 16강·8강전에서 연속 헤더 결승골을 터트린 수비수 최석현 등 ‘흙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도 한국 축구의 성과였다.
대회를 마친 김은중 감독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주목받지 못하니 동기부여 면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힘든 걸 참고 증명해 냈고, 대회를 치르며 부각이 됐다”면서 “월드컵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낸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며 좋은 경험을 한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승전에선 우루과이가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