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가구’ 김해 고령마을서 47건 고발전···도대체 무슨 일이?
일부 주민, 지난 4월 다수 민원 동시 제기
마을 내 갈등이 불법건축물 고발로 이어져
김해시 “불법 행위 확인, 행정처분 불가피”
같은 마을 이웃끼리 다툼 안타깝다 반응도
경남 김해시 진례면의 한 전원 마을. 산속에 있는 전원 마을인 ‘고령마을’은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이면 간간이 뻐꾸기가 우는 평온한 곳이었다. 호젓하고 운치가 있어 10여 년 전부터 전원주택이 차례로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고령마을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더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이 건축물을 불법으로 증축하고, 지목이 ‘답’인 곳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고발이 김해시에 다수 접수된 것이다. 신고 건수는 모두 47건으로, 지난 4월 17일 한꺼번에 접수됐다.
현재 고령마을에는 32가구 59명이 살고 있다. 한 가구당 여러 건의 불법 행위가 신고된 사례도 있는 셈이다. 이 중 일부에서는 실제 불법 행위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목이 ‘답’인 곳에 컨테이너 창고를 올리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상업적 행위를 하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김해시 건축과 관계자는 “거주 중인 주민들은 조사를 마쳤으나, 주말에 오가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해 조사가 지체되고 있다”며 “일부 주민의 불법 행위는 확인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불법 행위자에게 처분 사전통지와 시정명령을 거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주민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7월 마을 이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경찰에 확인한 결과 비슷한 시기에 주민 이름으로 접수된 고발 건이 있었다.
주민 A 씨는 “장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마을발전기금 등의 사용 내역을 두고 전·현직 이장 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양쪽으로 나뉘어 편을 든 사람들이 고발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서로 반대편 주민들의 불법 증축 사례 등을 고발했다고 들었다”며 “고발당한 사람도 있고, 안 당한 사람도 있다 보니 마을 전체 분위기가 미묘하게 불편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장인 오 모 씨는 금전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주민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 씨는 “마을발전기금은 전원주택지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에게서 받아 소음·분진 문제 해결과 지하수 모터 펌프 교체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불법 건축물 신고와 관련이 없다”면서도 “고발 건에 대한 자세한 이유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해시는 이번처럼 주민 갈등을 원인으로 한 마을에서 다수의 고발이 한꺼번에 접수된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전했다.
시 건축과 관계자는 “갈등을 빚는 당사자끼리 서로 한두 건 고발하며 보복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일단 불법 행위가 확인된 이상 향후 주민 간 합의가 있다고 해도 행정처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이 없으면 개인주택에 들어가 불법 개조 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법에 따라 건축물을 짓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마을 주민들은 고발자가 같은 마을 주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이 더욱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주민 B 씨는 “사실 시골에는 오래된 집이 많아 살면서 조금씩 고치다 보니 불법 개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결론이 나는 대로 처벌은 받아야겠지만, 대개는 서로 감싸주며 사는데 한 마을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