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프랑스오픈 우승컵, 유난히 반짝인 이유 있다
‘나달 후예’ 루드 꺾고 프랑스오픈 단식 우승
그랜드슬램 최초 23회 우승컵 신기원 열어
체력 저하·부상 딛고 ‘무결점’ 명성 건재 과시
윔블던·US오픈 우승 땐 캘린더 그랜드슬램
“내가 최고라는 건 다른 챔피언에 대한 무례”
“조코비치는 역시 조코비치였다.”
현시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최고 선수로 인정받는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가 녹슬지 않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뽐냈다.
조코비치는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4960만 유로·약 687억 원)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스페르 루드(24·노르웨이)를 3-0(7-6<7-1> 6-3 7-5)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230만 유로. 우리 돈 32억 원에 달한다.
이번 우승으로 남녀 단식 선수를 통틀어 프랑스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만 36세 20일)을 새로 작성한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37·스페인)과 공동 1위를 달리던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횟수를 23회로 늘리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2008년 호주오픈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10차례, 윔블던 7차례, US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3차례 정상에 섰다.
조코비치는 또 지난해 윔블던과 올 1월 호주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자신이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3연속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다. 조코비치는 또 윔블던과 US오픈까지 우승해 한 시즌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작성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대회 전 ATP 남자 단식 랭킹 3위이던 조코비치는 12일 업데이트된 랭킹에서 프랑스오픈 우승 포인트 1640점을 더해 1위에 복귀했다. 기존 1·2위에 있던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와 다닐 메드베데프(27)는 2·3위로 밀렸다. 지난해 결승에서 나달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루드는 올해 결승전에서도 조코비치에 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루드는 변함 없이 랭킹 4위를 유지했다.
체력 저하와 고질적 부상에 시달리던 조코비치가 체력 소모가 특히 큰 클레이코트 경기에서 정상을 차지하리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흙신’ 나달과 같은 스페인 출신의 ‘신성’ 알카라스를 비롯해 나달이 설립한 ‘나달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루드 등 영건들의 거센 도전을 노장 조코비치가 버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루드는 특히 자신의 10차례 투어 단식 우승 중 9번을 클레이코트에서 달성한 클레이코트 특화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자신의 별명이 ‘무결점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듯 노련한 플레이로 불리한 조건들을 완벽히 극복했다.
우승 인터뷰에서 “메이저대회 23승을 거둔 것은 축복 이상”이라고 밝힌 조코비치는 ‘빅3’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41·은퇴)와 나달에 앞서고 있다고 느끼냐는 질문에는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위대한 챔피언에 대한 무례다. 각각의 세대에 위대한 챔피언은 큰 흔적을 남기고 길을 닦았다”고 답했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한 나달은 자신의 SNS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23번째 우승”이라며 조코비치를 축하했다.
한편, 이날 결승전 중계 TV화면에는 킬리안 음바페·올리비에 지루(이상 프랑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등 전현직 축구 스타들이 현장에서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