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 생가 보존된 것은 기적” 독보적 가치 재확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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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요산 생가 복원 20돌 잔치
가족과 기념사업회 관계자 모여
요산 정신 회고, 복원 과정 소개

“부산대역사관에 선생 기념 부스”

지난 10일 요산김정한문학관 마당에서 열린 생가복원 20주년 기념 잔치. 지난 10일 요산김정한문학관 마당에서 열린 생가복원 20주년 기념 잔치.

소설가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난 10일 요산생가 복원 20돌 잔치가 요산김정한문학관 마당에서 최상윤 전 부산예총 회장, 이석래 부산문인협회 회장, 김수우 부산작가회의 회장, 정인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조준영 금정구의회 의원, 강동수 전 부산문화재단 대표, 이명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공동대표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흥미진진하게 열렸다.

요산생가의 가치는 세월 속에서 ‘독보성’을 더하고 있었다. 김성종 소설가는 외국 문학관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생가가 남아 있는 것은 기적이며, 아파트 시대에 앞으로 생가를 갖춘 문학관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며 “부산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일무이하게 복원된 것이니 만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재로 격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명실상부하게 생가를 갖춘 문학관은 정지용문학관(옥천), 김달진문학관(창원)과 요산김정한문학관 정도다.

예닐곱 명의 참석 가족 대표로 나선 요산 넷째 딸 김복연(79) 씨는 ‘나의 아버지’ 회고에서 “마지막 병원에서 아버지 몸을 닦는데 아버지께서 ‘너무 되다(힘들다) 너거는 어찌 죽을래’라고 하셨다”며 “지금 이 나이가 되니 그 말씀이 사무친다”고 했다. “또 한 번은 우리 집안이 장수 집안이니까 ‘나도 오래 살겠지’ 하니까 아버지께서 ‘야야, 오래 살 생각을 하지 말고 바르게 살 생각을 해라’고 하신 그 말씀이 요즘 너무나 많이 생각납니다.”

딸은 다음 일화도 소개했다. 요산이 글을 쓴다고 끓여놓은 커피가 식자 어머니가 “보소, 거짓말 대강 쓰고 차 마시러 빨리 오소”하니까 요산은 “거짓말이 돼 가는데 그 말 때문에 참말밖에 안 나온다”며 재미있게 대꾸했다는 것이다. 요산은 참으로 철저했다고 한다. 마지막 그해 12월 25일 입원해 28일 영면했는데 달력에 직접 표시한 ‘×’ 표가 영면 하루 전까지 처져 있었다는 것이다. 딸은 “아버지는 보통 사람과 달랐다”고 했다. 요산의 삶과 기록에 대한 그런 집념이 남해, 낙동강, 부산, 양산을 꿰는 지역의 대지를 적시면서 약자의 삶을 일으켜 세우는 봉우리로 우뚝해진 것이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축사에서 “생가와 문학관은 요산 정신의 씨앗이 탄생한 그 확장의 구심 공간이요, 후세의 노력이 결집된 곳”이라며 “부산대와 인연이 깊은 요산 선생 기념 부스를 오는 10월 개관하는 부산대역사관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진두 부산일보 전 논설위원은 문화부 기자 시절 ‘나의 첫사랑’이란 기획안을 낸 뒤 ‘양산박’에서 요산을 만난 일화를 꺼냈다. “처음으로 요산 선생께 글을 부탁했더니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어요. 두 번째 뵀을 때 선생님은 지난 얘기를 들려주셨는데 첫사랑을 만나기로 한 광복동 입구 다방에 들어섰으나 막상 그 뒷모습을 보고는 그만 돌아섰다는 말씀으로 끝냈어요. 이후 상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모처럼의 멋진 기획안을 시작도 못하고 끝낸 일이 있었지요.”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는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에 나섰던 것은 병원에 계신 요산 선생께 드린 약속 때문이었다”며 “원래는 청룡동 집을 말씀하셨는데 남산동 생가가 더 적당해 방향을 틀었다”며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초대 상임이사를 지낸 신태범 소설가는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의 실질적인 주역은 송 신부님”이라며 “저는 3년여 ‘아버지’처럼 요산 선생을 모신 것이 인연이 돼 윤정규 선생의 이끌림에 의해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하나하나의 과정이 정말 힘들었고, 물불 안 가리고 뛰었다”며 “우리는 무보수로 일했는데 초대 사무국장 김성배의 숨은 땀방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투병 중인 김성배 시인은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이날 감사패를 받은 문정현 서봉리사이클링 회장은 “내년 봄 요산뜰에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해 또 박수를 받았다. 생가 복원 추진위와 기념사업회에 참여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축전이 대독됐고, 금일봉도 함께 왔다고 했을 때를 비롯해 이날 박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직박구리들도 마당을 날아들어 청아하게 우짖었다. 한 시민은 “지역정신의 광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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