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토요일 광안리 수놓는 칼군무 드론쇼, 엔지니어 한 명이 지휘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국내 드론쇼 개최 증가
지역 축제·기업 행사 등에 약방 감초처럼 등장
‘국내 첫 상설 드론쇼’ ‘1500대 최대 규모’ 등
부산, 드론쇼 인연 깊고 대중화에 기여한 도시
재사용 가능·친환경적…불꽃축제 대체할 듯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인공지능과 무선 통신·제어, 센서, 자율 주행 등 최첨단 ICT(정보통신) 기술이 집약됐다. 친환경적이어서 불꽃놀이를 대체하고 있다. 우리에게 부쩍 친근해진 드론쇼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인텔의 드론 1218개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5년이 흐른 지금, 드론쇼는 지역 축제·기업 행사 등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 부산은 특히 드론쇼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드론쇼가 광안리 해수욕장과 북항에서 펼쳐졌고, 무엇보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밤 국내 최초 드론 상설 공연인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가 진행되며 드론쇼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광안리 상설 드론쇼를 선보이고 있는 국내 대표 드론쇼 전문 기업 (주)다온아이앤씨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드론쇼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광안리에선 매주 ○○○ 열린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다온아이앤씨 직원들이 토요일 오후 8시·10시 2차례 진행되는 드론쇼 준비에 분주하다. 새벽 일찍 차로 실어 온 드론을 드론쇼 본부 부스 앞에 오와 열을 맞춰 배치한다. 드론마다 배터리를 넣고, 배터리가 잘 장착됐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드론과 통신할 중계기를 설치하고, 드론 군집 비행을 제어할 메인 엔지니어가 시험 비행을 하며 드론쇼를 최종 점검한다. 드론쇼 촬영팀도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조작하며 항공 촬영을 준비한다. 직원들은 드론 추락 사고에 대비해 안전 관리에도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다. 안전 사고 위험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진입 금지 띠를 두르고 안전 요원이 곳곳에 배치된다. 안전 관리 강화로 공연 진행 요원과 안전 요원 등 인력이 50여 명으로 기존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오후 8시가 되자, 600개의 드론이 찬란한 빛을 뿜으며 하늘로 떠오르고 아름다운 군무를 펼친다. 드론쇼의 주제는 ‘물의 여행’. 드론들은 물방울 모양을 만들었다가, 이내 왕관으로 변하고, 회오리가 됐다가 물고기 두 마리로 변해 더 높이 비상한다. 산에서 흘러 내리는 폭포수가 피날레를 장식하자 관람객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다온아이앤씨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드론쇼를 선보인 업체다. 코로나19로 상설화가 늦어지긴 했지만,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2021년 말 국내 최초 상설(매주) 드론쇼가 시도됐을 당시에도 다온아이앤씨가 이를 맡았다. 다온아이앤씨는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드론쇼(무사고)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드론쇼의 65%를 수행한 국내 대표 기업이다. 다온아이앤씨는 이달부터 광안리 드론쇼의 규모를 늘리는 한편, 드론 자체에 추락 방지 등 안전 기능을 탑재하고 드론쇼 주변 구역의 안전 관리도 대폭 강화한다.
■미처 몰랐던 드론쇼의 속사정
드론쇼용 드론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레저용 드론이나 촬영용 드론과 다르다. 야간 라이트쇼 목적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달려 있지 않다. 대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센서,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LED 조명은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아울러, 오랫동안 안전하게 비행해야 해 초경량으로 만들어진다. 경량화를 위해 드론 본체는 경량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드론쇼의 공연 시간은 보통 10분이지만 광안리 드론쇼의 경우 2분이 늘어난 12분 동안 진행된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했을 때 약 2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지만, 예행 연습과 마무리 등에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공연 시간은 이보다 짧다. 다온아이앤씨 양찬열 대표는 “배터리 성능은 배터리 무게와 비례한다. 가벼워야 하는 드론을 감안하면 무작정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순 없다”며 “현재 드론쇼가 10분 안팎까지만 이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드론쇼에서는 대부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도록 쿼드콥터(회전 날개가 4개인 멀티콥터)가 사용된다. 쿼드콥터가 기본이지만, 드론쇼 업체별로 사용하는 드론 종류는 다양하다. 드론 기술력과 제조 능력은 중국과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선 중국 제품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국내 제품도 최근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수백 또는 1000여 개의 드론은 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움직임을 제어한다. 드론 수만큼 되는 사람이 개개의 드론을 조종하거나, 여러 명이 그 많은 드론을 나눠 조종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엔지니어 한 명이 수많은 드론을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은 드론쇼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전용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공연 콘텐츠 기획자는 공중에서 연출할 이미지를 그리고, 이를 마치 픽셀 아트처럼 드론이 있어야 할 위치에 점을 하나씩 찍는 방식으로 연출할 형상이나 메시지를 표현한다. 이어 각 드론이 이동할 좌표를 프로그래밍을 통해 비행 경로로 변환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실제 공연에서 연출자나 엔지니어는 드론 제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드론에 달린 GPS나 센서는 프로그래밍된 드론의 비행이 정확한 위치와 경로에 따라 매끄럽고 충돌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신동선 총괄팀장은 “콘텐츠 기획 부서는 공연 콘셉트를 정하고 형상이나 메시지를 평면적으로 그릴지, 입체적으로 표현할지 등을 고민한 뒤 스토리 등 콘텐츠를 만든다”며 “드론쇼 운용 부서는 완성된 콘텐츠에 대해 수십 번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충돌, 추락 등 사고가 없도록 비행 경로를 시뮬레이션한다”고 말했다.
드론 수가 많으면 더욱 다채롭고 역동적인 콘텐츠의 연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300대로 평면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면, 1000대로는 360도 어느 곳에서 봐도 같은 이미지로 입체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광안리 드론쇼의 경우 매주 공연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기획부터 시뮬레이션 작업까지 복잡다단한 작업을 짧은 시간 내에 수행해야 한다. 신 팀장은 “기획 단계에서 드론쇼 주관 지자체인 수영구청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연 계획을 구체화해 나간다”고 말했다.
■불꽃쇼 대체하는 드론쇼
드론쇼는 비나 눈이 올 때, 바람이 강하게 불 때(초속 8m 이상)는 진행할 수 없다. 드론이 전자 기기인 데다 충돌과 추락 등 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쇼 1회 공연 비용은 공연 규모와 시간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천만 원에서 많은 경우 1억 원이 넘는다.
드론쇼의 경쟁력은 정밀한 제어 기술력에 있다. 신 팀장은 “많은 수의 드론을 정밀하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군집 비행 제어 기술력이 있으면서, 공연의 콘셉트에 맞는 혁신적인 공연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이 우수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인텔의 드론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밤하늘을 수놓았을 때만 해도 국내 드론 군집 비행 기술은 겨우 수십 대를 띄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ICT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1500대를 띄우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올해 1월에는 새해를 알리는, 4월에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특별 드론쇼에서 1500대의 드론이 하늘에 떠,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쇼의 국내 최대 규모 기록을 깼다. 국내 기업 중 드론쇼를 최초로 선보인 업체는 다온아이앤씨다. 2019년 5월 여수 거북선축제에서다. 당시 드론쇼 규모는 105대였다. 수영구청과 다온아애앤씨는 올 하반기 드론 2000대를 동원한 국내 최대 드론쇼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기획하고 있다.
드론이 불꽃축제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드론은 우선 재사용이 가능하다. 또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밤하늘이라는 무한한 도화지에 드론과 빛을 이용해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려 낼 수 있다. 잔해가 없어 친환경적이고 화재 위험도 없다.
다온아이앤씨 앙찬열 대표는 “드론으로 밤하늘을 광고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드론버타이징(dronvertising)도 광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드론쇼는 지자체와 기업, 제품, 브랜드를 홍보하는 새로운 마케팅의 창”이라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