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건’ 친모, 학대 살해 인정… “죽을 죄 지었다” 뒤늦은 반성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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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추가공판서도 무기징역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발언
변호인,불우 환경 선처 부탁

4세 여아가 희생된 ‘가을이 사건’에서 친모가 성매매 강요와 협박 등의 외부 요인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가을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를 인정했다. 가을이 사망 당일 폭행과 관련해 일부 사실이 다르지만,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재차 친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3일 오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성매매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친모 A(27)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500만 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을 구형했다.

지난 3월 열린 첫 번째 결심공판에서의 구형과 동일한 것으로, 이후 A 씨가 동거녀로부터 성매매 강요와 협박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가 공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가을이가 죽던 날 마지막 폭행은 동거녀 B 씨가 했다는 A 씨의 최근 진술과 관련해, 검찰은 수사 당시와 진술이 달라진 것을 추궁했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냐고 물었다. 이에 A 씨는 “(수사) 당시에는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압박이 있을 것 같았고 (B 씨가)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가라고 했다”며 “공소사실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지만, 잘못을 전부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답했다.

이날 A 씨는 동거녀 B 씨의 성매매 강요를 도운 조력자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A 씨의 증언 등에 따르면, B 씨 부부 외에도 B 씨의 지인 남성 C 씨가 수개월을 함께 살았다. C 씨는 A 씨가 표정관리를 잘하지 못하거나, 성매매를 힘들어하거나, B 씨를 힘들게 하면 자신에게 폭행을 행사했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A 씨와 변호인은 “C 씨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었고 눈치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성매매로 매일 최소 30만 원을 벌어 B 씨에게 주었던 A 씨는 성매매 대금 일부를 따로 모은 뒤 이후에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B 씨에게 성매매를 하러 가는 척하고 집 밖을 나가 동네를 걷고 돌아온 뒤, 모아둔 돈을 대금인 척 입금했다는 것이다. A 씨는 “그게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말했다.

A 씨의 변호인은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학창시절,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성매매를 강요 당한 점 등을 언급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A 씨는 “너무 잘못했고,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용서받지 못한 일을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A 씨에게 “B 씨가 죽으라면 죽을 정도였냐” “가을이와 언젠가는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냐” 등의 질문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환경에 있으면서 동거를 이어간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재판 초기 단답형 대답만 하던 것에 비하면 A 씨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답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말은 어눌했고 논리적인 편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성매매에 시달리고 가을이가 말라가는 데도 동거를 이어간 이유를 재판부도, 검사도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였고 A 씨 본인도 그 이유를 모르는 듯 했다. A 씨 측은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성매매를 계속했던 것은 피해 아동과 잘 살아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에는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A 씨와 동거인 등을 아동학대 살해의 공동정범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공판에 참석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친모인 A 씨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 등 A 씨가 처했던 외부적 상황은 아동학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은 많다”며 “A 씨는 아동학대를 한 행위에 대해 법정최고형을 받는 것이 마땅하고 A 씨의 동거인 등 아이의 죽음에 책임있는 모든 이들이 아동학대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 씨에 대한 선고는 이달 30일 예정돼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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