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목욕탕 ‘MZ 세대 위한 팝업 스토어’ 대변신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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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봉래탕, 이틀간 진행
이색 시도에 남녀노소 ‘호응’

동네 목욕탕 부활을 위해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사진은 13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 봉래탕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부산 소통 캐릭터 부기. 매끈목욕연구소 제공 동네 목욕탕 부활을 위해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사진은 13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 봉래탕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부산 소통 캐릭터 부기. 매끈목욕연구소 제공

목욕 문화가 바뀌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동네 목욕탕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목욕탕 특징과 접목한 팝업 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동네 목욕탕의 활로가 개척될 지 주목된다.

13일 매끈목욕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봉래탕에서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 스토어는 매끈목욕연구소와 봉래탕이 협업해 목욕탕 정기 휴일인 지난 6일과 이날 이틀간 진행됐다. 매끈목욕연구소는 부산 동네 목욕탕 소멸을 막기 위해 올해 만들어진 단체로, 동네 목욕탕 기록화 사업이나 목욕 문화 등을 담당한다.

이날 팝업 스토어에는 때밀이 수건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목욕탕 그림이 새겨진 엽서 등 각종 상품이 판매됐으며, 또 빈 욕조에 플라스틱 공을 가득 채운 놀이 공간이 마련됐다. 샴푸통을 활용한 미니 볼링장도 개설됐다. 이날 부산 소통 캐릭터 ‘부기’가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등 이색 공간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지난 6일 열렸던 팝업 스토어에는 젊은 층부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에 이르기까지 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지난 6일 하루 매출만 100만 원 수준을 기록했다.

1986년 개업해 40년 남짓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봉래탕이 이같은 파격 변신을 시도한 것은 변화하는 목욕 문화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샤워 문화가 보편화되며 예전보다 대중목욕탕 이용률이 낮아진 탓이다. 이에 매끈목욕연구소는 동네 목욕탕이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다양한 형태의 목욕탕을 소개하면서 단순히 몸만 씻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매끈목욕연구소 안지현 소장은 “지금이 목욕탕 생존 여부를 판가름하는 과도기”이라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목욕탕, 위스키 바와 결합한 목욕탕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팝업 스토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목욕탕 측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봉래탕 이영훈 대표는 “평소 목욕탕 문화를 되살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며 “대중목욕탕을 외면하던 젊은 세대나 어린이들이 목욕탕을 찾아온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고 밝혔다.

한편 매끈목욕연구소는 부산 곳곳에 남아있는 동네 목욕탕을 기록한 잡지 발간 등 목욕탕 부활을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특히 9월에는 부산 목욕탕 업주들을 한데 모아 지혜를 모으는 목욕탕 콘퍼런스도 계획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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