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종국, BIFF 남아야’…이용관 맘대로
사퇴 입장 밝히라는 요청에 침묵
이사들에 SNS 게시물 간접 공유
영화계 쇄신 요구 무시 회유 시도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은 BIFF에 남아야 한다’는 취지의 SNS 게시물을 이사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가 BIFF 사태 해소를 위해 석연찮은 ‘공동 위원장’에 임명된 그의 사퇴를 권고했지만, 정작 이사장이 물밑에서 그 방향과 배치되는 글을 보낸 셈이다. 부산과 전국 영화계가 요구한 조 위원장 사퇴와 쇄신 요구를 무시한 채 회유까지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BIFF 사무국은 지난 12일 밤 이사 전원에게 ‘이용관 이사장 요청으로 A 씨가 SNS에 게시한 글을 공유해 드린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에는 ‘조 위원장은 사퇴 대신 더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게 좋겠다’와 ‘BIFF 혁신위원회는 이사회 책임 아래 역할을 명확히 한 상태로 신속히 가동되길 바란다’는 주장이 담겼다.
그는 또 ‘논쟁의 핵심 이슈인 운영위원장 선임은 ‘누구’가 아니라 ‘왜’에 초점을 맞춰 살펴봐야 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오석근 BIFF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던 시절 공정환경조성센터 센터장을 맡은 인물이다. 오 위원장은 이 이사장과 조 위원장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사장이 이러한 게시물을 공유하자 영화계에서는 참담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조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이사회 사퇴 권고에도 20일째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이 이사장이 반대 의견을 공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 영화단체 대표 B 씨는 “이사회가 결정한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이사장이 사적으로 작성된 문건을 공유하며 회유하고 압박에 나섰다”며 “영화계 쇄신 요청을 무시한 채 문제를 수습할 의지가 없단 걸 보여준 참혹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BIFF 측은 “이러한 관점이 있다는 정보 공유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 해명했다.
BIFF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신설한 ‘공동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영화계 안팎에 논란을 불러왔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의를 밝히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BIFF는 이번 사태로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결정했지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로 꼽힌 조 위원장 사퇴가 이뤄지지 않자 영화계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조 위원장은 부산과 전국 영화단체와 원로 감독·제작자·평론가 등이 연이어 사퇴를 요구해도 별다른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부산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는 조 위원장 사퇴 없이 혁신을 논하긴 어렵다며 이미 혁신위원회 출범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지난 12일 밤 BIFF 측에 ‘이용관 이사장 앞으로 드리는 긴급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이사회에서 결의한 조 위원장 사퇴 권고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그의 입장은 무엇인지 오는 15일 정오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부산영화문화네트워크,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가 힘을 모은 단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