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자동차 업계,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
르노코리아 판매 감소 부진의 늪
신차 조기 출시에 마케팅도 힘써
수입 26개 브랜드 중 12개 부진
마세라티·혼다 판매량 절반 ‘뚝’
글로벌 경기불황 등으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 시장의 경우 국산 완성차 업체는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 선전하고 있는 반면, 수입차들은 전체 브랜드의 절반 가량이 판매가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가 부진한 업체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차 조기 출시, 신차 확대, 전략 모델 검토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르노코리아 판매 급감 신차 조기 출시
르노코리아는 지난 5월까지 국산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13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5월 판매량은 1만 549대로, 전년 동기 1만 8715대에 비해 43.6%나 빠졌다. 월 판매량도 4월에 이어 5월에도 2000대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연간 내수 판매가 5만 2621대로 2000년(2만 6862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르노코리아의 이같은 부진은 신차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판매 중인 모델은 ‘SM6’, ‘XM3’, ‘QM6’로, 신차 출시후 3∼7년이 지난 구형이다.
르노코리아 측은 내년 하반기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판매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신차 출시를 앞당기는 한편, 향후 다양한 판촉·서비스 활동 등으로 대응해가겠다는 전략이다.
■영업 부진 수입차 신차에 ‘기대’
2019년 이후 연간 판매가 증가해온 수입차의 경우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 가량 빠진 상태다. 판매가 감소한 브랜드는 한국수입차협회 소속 26개 브랜드 가운데 12개에 달한다.
국내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판매가 부진한 곳은 마세라티다.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1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0대 대비 절반에 그치고 있다. 마세라티는 수년간 판매 감소가 계속되면서 일부 딜러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마세라티의 판매감소는 판매모델들이 대부분 출시된지 7년 이상된 구형들이고, 라인업이 부족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국내 선보인 ‘그레칼레’도 7년 만에 나온 신차다.
하지만 최근 방한한 이탈리아 본사 경영진은 국내 수입·판매를 맡고 있는 FMK의 경영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판매권을 반납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는 경쟁사인 포르셰와 벤틀리가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FMK 측은 “그레칼레로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2018년부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일본 브랜드 혼다는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1133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62대에 그쳤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월 ‘전 라인업의 온라인 판매’를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하반기에 CR-V 하이브리드, 파일럿, 어코드 풀체인지 모델이 나오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2702대로 전년동기 대비 50%나 감소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연초에 일시적 출고 지연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6월 2023년형 ID.4 출고에 연식변경 모델 출시 등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는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매부진으로 한때 철수설이 나돌았던 재규어코리아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딜러들은 전시장 건물에 붙어있는 재규어 로고를 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랜드로버 본사 경영진은 지난달 18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부터 재규어 판매를 중단한 뒤, 오는 2025년 전동화 브랜드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올해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고, DS도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량이 27대에 그쳐 찾아가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까다로운 고객들이 많은 한국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 간에 운명이 엇갈리는 모습”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을 떠나는 브랜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