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사건건 날 선 갈등… 시진핑 “극단적 시나리오 대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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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싱 대사 발언 압박 전략 평가
중의 쿠바 도청기지 진실 게임도
시 주석 태도 변화에 해석 분분
전문가들 "전쟁 위험 언급" 분석

최근 들어 미중이 주요 현안마다 날카로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고 있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연합뉴스 최근 들어 미중이 주요 현안마다 날카로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고 있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은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중국의 쿠바 내 도청기지 설치 등을 놓고 공방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방과의 갈등도 불사한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이어 강조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진다.


■“싱하이밍 발언은 압박 전략”

최근 “미국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싱 대사의 발언이 한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싱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분명히 (중국의) 일종의 압박 전략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이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훌륭한 동맹이자 친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국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외교 정책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자 사설에서 싱 대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는 사실이 아닌가? 무엇이 과도하며, 무엇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이고, 무엇이 내정간섭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설은 또 “한국은 과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가 지금은 미국에 베팅하는 것은 급진적인 도박꾼 심리이며, 매우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한국은 어떻게 문제를 직시하고 중한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에 주안점을 두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지난 7일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미 해군이 지난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군 함정이 위협 항해를 했다며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AFP연합뉴스 미 해군이 지난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군 함정이 위협 항해를 했다며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AFP연합뉴스

■쿠바 도청기지도 갈등 요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 시간)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외교장관과 회담 후 개최한 공동회견에서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2021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을 때 중국이 원거리에서 군사력을 투사·유지하도록 해주는 정보수집 인프라를 세우고 그들의 해외 병참기지를 확장하려는 노력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거짓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쿠바 내 중국의 도청 기지 가동설에 대해 “거짓은 진실일 수 없고 진실은 거짓일 수 없다”며 재차 부인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아무리 유언비어를 퍼뜨려도 중국과 쿠바의 진정한 우정을 파괴할 수 없고, 세계 각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도청을 하는 미국의 악행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안보상 우려와 인권 침해 관련성을 이유로 중국 기업 31곳을 무더기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항공산업(AVIC) 등 다수의 항공 관련 업체는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장비를 사용해 중국군에 훈련을 제공한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12일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극단적 시나리오 대비”

미중 갈등이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20기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높은 풍랑과 거칠고 사나운 파도, 위험한 폭풍우에 맞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가 직면한 복잡하고 험준한 형세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WSJ은 12일(현지 시간) 시 주석의 ‘극단적 시나리오 준비 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미중 관계가 ‘가드레일’을 벗어나 노골적인 갈등으로 치닫는 걸 막는 데 치중한다면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온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레드 라인’을 미국이 넘지 않길 원한다고 WSJ은 진단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미중 관계가 방향이나 속도를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의 이런 의지는 미국과 극단적인 갈등도 불사하는 중국 당국의 위험한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 인민대학의 진찬룽 교수는 시 주석의 이 같은 주문에 대해 “전쟁의 위험”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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