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기념공원 '핫플', 박 보훈부 장관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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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
추모·문화·전시·관광 기능 갖춰야

2030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실사하기 위해 방한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4월 6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30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실사하기 위해 방한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4월 6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에 목숨을 바친 11개국 2300구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이다. 1955년 대한민국 국회는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유엔은 총회에서 ‘유엔기념묘지’로 지명했다. 2007년 10월 24일 근대문화재로 등록됐다. 최근에는 한국전쟁 때 전사하거나 실종된 17개국 유엔군 4만 895명의 이름을 새겨 그들을 영원히 기리는 추모명비도 설립됐다. 추모명비 앞에 세워진 ‘꺼지지 않는 불’은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철모 조형물’은 전쟁이 평화로 승화된다는 뜻을 가진다. 전 세계에 평화 유지를 위한 유엔 국제 협력 정신의 소중함을 전하는 살아 있는 역사다.

이런 역사적인 유엔기념공원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예고되고 있다. 창설 62년 만에 독립부서로 승격한 국가보훈부 박민식 초대 장관이 〈부산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유일한 유엔기념공원은 부산만의 보석인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유엔공동관리위원회와 외교부가 맡고 있는 관리 권한을 보훈부로 속도감 있게 이관해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공연·전시 등 문화 인프라와 접근성까지 갖춰 부산시민은 물론이고 부산을 찾는 외국인들도 반드시 찾는 핫플레이스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 주변은 부산문화회관과 유엔평화기념관, 평화공원, 유엔조각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과 대학이 밀집한 곳이다. 또한, 2030월드엑스포 개최 도시 선정을 위한 부산 현지 실사단이 직접 찾아 국제 연대와 세계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을 정도로 역사적 상징성이 뚜렷한 장소이다. 70년 가까이 유엔기념공원을 안고 있는 부산과 유엔은 필연적으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보훈부는 이런 특징을 감안해 다음달 27일 영화의전당에 22개 유엔 참전국 정부 대표를 초청해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도 개최한다. 그럴 만한 충분한 명분과 역사를 갖춘 도시가 부산이란 의미다.

17개국의 4만여 젊은이들이 이름조차 낯선 나라에 와서 목숨을 바친 희생 덕분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 최빈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유엔기념공원이 세계적인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보훈부로의 이관과 예산 투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4만 명의 목숨으로 지키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이 공간에 그 희생의 역사와 미래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 특히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부산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야 한다. 유엔기념공원이 전쟁과 평화, 문화와 번영이 함께 녹아 있는 대한민국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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