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오염수 방류, 부울경 단체장 ‘3인 3색’ 대응
박형준, 반대서 사후 대처로 선회
김두겸, 울산 피해 적어 신중 행보
박완수, 원론적 반대 속 중도 입장
임박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부산·울산·경남(PK)를 비롯해 바다를 끼고 있어 해양·수산 분야 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이 밀집한 지자체에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 수장들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일본의 방류를 전제로 사후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는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전담팀을 결성해 지금까지 3차례 회의를 열었다. 전담팀은 지금까지 식품·수산물 등의 방사능 검사 체제를 강화하고, 지역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사실 이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2년 전만 해도 박 시장은 일본 정부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직접 서명하고, 주부산 일본총영사관에 강력한 유감 표명을 하는 등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검증 절차를 수용한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한국 정부 또한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면서 현실적으로 방류 자체를 되돌리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사후 대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KDB산업은행 이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등 지역 현안을 전폭 지원하는 윤 대통령과 ‘찰떡 공조’를 보여왔던 박 시장이 정부 방침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산과 마찬가지 형편인 경남의 박완수 지사는 ‘중도적’ 입장이다. 그는 지난 12일 도청 실국본부장회의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다만 유언비어와 괴담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며,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유포돼 수산업계와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하지 않은 오염수 방류는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펴면서도 방류 피해를 과장하는 야당 등의 일방적인 주장에는 반대한다는 취지로 박 지사 소속인 국민의힘과 지역 내 우려를 적당히 절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역 사회 일각의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에도 철저하게 절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산, 경남에 비해 지역 내 사안의 휘발성이 높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대응 방식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것은 PK에 비해 민감도가 훨씬 낮은 대구의 홍준표 시장이 최근 “오염수 방류는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과는 별개인 세계인의 건강권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찬성하지도 않을 것이고, 찬성해서도 안 된다”고 여당 소속 지자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선명한 반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눈치를 보지 않는 홍 시장 특유의 ‘사이다 발언’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여론 정치에 능한 홍 시장이 정부·여당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자기 정치’에 나선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