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민식 “유엔기념공원, 보훈부서 맡아 세계적 성지로 가꾸겠다”
박민식 초대 보훈부 장관 인터뷰
관리 권한 유엔에서 넘겨받아
문화 인프라와 스토리 접목해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핫플’로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추모 시설
북항에 부산항 역사성과 연계
이승만·YS기념관도 추진해야
부산 출신의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세계 유일의 유엔군 추모시설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전시·공연 등 문화 인프라와 스토리를 접목해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세계적인 성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유엔기념공원의 관리권을 보훈부로 조속히 가져와 유엔공원을 부산만의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부산과 유엔기념공원의 위상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장관은 “전 세계에 유일한 유엔공원은 부산만의 보석인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현재 유엔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외교부가 지원하는 관리 권한을 보훈부로 속도감 있게 이관해 유엔기념공원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를 추모하는 것은 물론 공연과 전시 등 문화 인프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취지다. 박 장관은 또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인 부산은 보훈 분야에서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부산에는 활용 영역이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강한 소신을 갖고 있는 박 장관은 부산시가 추진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YS) 기념관’에 대해서도 “이승만 기념관과 마찬가지로 YS 기념관도 재임 시절의 명암을 제대로 조명해 기억하자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창설 62년 만에 부로 승격한 보훈부를 처음 이끌게 된 박 장관은 현 정권에서 첫 보훈처장을 맡으면서 보훈처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호평을 듣는다.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고 박순유 육군 중령의 아들인 박 장관에게 보훈 전권을 맡긴 윤 대통령은 최근 국방부 관할인 국립서울현충원의 보훈부 이관 방침을 70년 만에 확정하는 등 박 장관의 남다른 행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 장관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의 대업을 맡아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윤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의 숭고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임명된 소감은.
“지난 1년여간 국가보훈처장을 맡아왔는데 다시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의 대임을 맡게 돼 무척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대 장관이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를 책임 있게 완수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국가보훈부 출범으로 주어진 일류보훈의 숭고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가보훈부 승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관 부처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하며 보훈가족 예우를 강화하고, 보훈정책을 한 단계 격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문화 확산이다. 보훈가족의 권익을 더 잘 대변하면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국격에 걸맞은 일류보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엔기념공원은 어떻게 바뀌나.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유엔기념공원 관리권을 보훈부로 끌어와 유엔기념공원이 부산의 ‘핫플’이자 성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곳으로 부산의 보석과도 같은데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질적으로 더욱 우수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공연 등 문화 인프라를 녹이고 접근성을 제고해 관광객이 필수적으로 찾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
-이승만 기념관 추진 배경은.
“개인적인 소신으로 시작했다. 공석과 사석에서 소신을 강조한 이후 어느덧 여권에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공감대가 생겼다. 기념관 건립을 두고 여야 간 극명한 이견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야당 출신 정치인 중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업적에 수긍하는 인물도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건국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점, 유엔군 파병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낸 점,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를 만든 점 등 이승만 대통령이 번영하는 자유민주국가의 토대를 만든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부산 ‘YS 기념관’에 대한 의견은.
“정치인이나 경제인, 문화예술인 중 귀감으로 삼아야 될 사람은 과오가 있더라도 빛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과 빛이 크면 인물을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동상과 기념관을 짓는 데 인색한 측면이 있다. 외국에는 열 걸음 걸으면 동상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건 소녀상일 것이다. 소녀상은 굴욕의 역사고 이를 통해 평화의 교훈을 얻자는 것이다. 이외에 우리의 자랑거리는 자랑하고 본받을 교훈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보훈정책의 문제점과 변화의 필요성은.
“국민은 아직도 ‘보훈’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근엄하게 생각하며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보훈이 현충일과 같은 특정 기념일에만 찾는 ‘일회성 보훈’이 아닌 ‘일상 속 보훈’ ‘문화로서의 보훈’으로 늘 우리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연중 국민이 즐겨 찾는 국가 상징공간을 조성해 보훈문화가 국민 생활 속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보훈에는 진영이 없다고 했는데.
“보훈,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데에는 진영이 없어야 한다. 다만 ‘유공’의 의미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와 유공은 직결되는 개념이 아니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원칙’을 정의해야만 후세에도 혼란이 없을 것이다. 희생에 대한 보상과 유공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유공은 ‘공이 있다’는 의미이고 보상은 공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서 별개의 문제다. 국가유공자, 민주유공자 등 유공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전 70주년 기념사업 부산 개최는 어떤 의미인지.
“7월 27일 22개 유엔참전국 정부 대표를 초청해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한다. 부산은 전쟁 당시 피란수도로 6·25 전쟁과 관련된 많은 스토리를 가진 장소이며 세계 유일의 유엔군 기념묘지가 있다. 부산은 정전70주년 기념식 장소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역사와 70년의 발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곽진석·전창훈 기자 kwak@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