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가로수’ 사라질까… “땜질 처방 한계, 구체성 높인 예방책 필요”
시, 무분별 가지치기 개선안 발표
‘원형 최대한 보전’ 원칙 삼기로
문제 제기 단체 빠진 회의서 결정
“관리 전문성 확보 방안 제시를”
속보=부산 일대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로 인해 일명 ‘닭발 가로수’(부산일보 6월 1일 자 8면 보도) 논란이 일자 부산시가 개선책을 발표했다. 다만 대책이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땜질식’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부산시는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를 예방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시는 구·군과 가지치기 실무 협의 시, 산림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연형 수형(가로수의 모습을 최대한 보전하며 가지를 솎아내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고압선과 교통시설과 접촉한 가로수에 대한 가지치기가 필요할 때도 관련 심의를 받도록 해 엄격히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가지치기는 대부분 구·군에서 발주한 조경업체에서 실시하는 만큼, 관련 종사자의 전문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전문성 검증도 강화한다. 또 대책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가로수 가지치기의 적정성 여부를 해당 지자체 행정업무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로수가 제 모습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도시숲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대책 논의 과정에서, 현장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문제를 제기한 단체는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지난 5일 가로수 가지치기 관련 자문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에는 시 도시숲 심의위원들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 가지치기 문제를 제기해 온 부산환경회의 유진철 공동대표는 “지난 5일 자문회의에 참석해달라더니 갑자기 회의가 연기됐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는 시 내부에서 ‘짬짬이’식으로 회의를 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시에서 마련한 대책이 두루뭉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대 차욱진 조경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막으려면 전문성이 필요한데, 시의 개선대책을 살펴보면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를 보유한 곳이 가지치기를 담당하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로수 대책이 사후 조처가 아닌 사전 예방적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시가 마련한 대책은 사후적 조치 성격이 강한데, 나무조사나 기록 평가 등과 같은 예방적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가로수는 시민이 함께 지켜가야할 자산인 만큼 지역주민 관리제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