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가파른 산복도로 ‘골병계단’, 넓고 낮게 손본다
부산 동구청, 6억 들여 계단 정비
본보 지적 146계단 등 고지대 7곳
높이·너비 각 18·30cm 규격 적용
추가 파악 위한 전수조사도 검토
부산 동구청이 산복도로 고지대 계단 정비공사에 나선다. 좁고 가파른 계단 길 등으로 교통 약자의 통행이 어려운 산복도로의 보행권 문제가 지적(부산일보 5월 23일 자 1면 등 보도)되자 개선 방향 찾기에 나선 것이다.
동구청은 13일 “산복도로 보행권 개선 방안을 검토한 끝에 고지대 계단 정비공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용역을 이달 중 마무리한 뒤 다음 달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구청은 7개 고지대 노후 계단을 대상으로 파손 부분 정비 등 보수에 나서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구비 5억 원과 부산시 주민참여예산 1억 원이 투입된다. 그간 일부 파손된 부분을 시멘트로 메우는 75만 원짜리 소규모 공사를 진행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대대적인 규모의 정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보수 대상은 〈부산일보〉 보도에서 언급된 증산로 146계단 등을 포함해 총 7곳이다. 부산 동구에 위치한 △수정공원상로 90-1 △망양로 685번길 46 △망양로 735번길 △증산로 109번길 6 △증산로 73번길 3 △증산로 121번길 6 △범상로 43번길 일원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모두 산복도로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동구청은 걷기에 이상적인 계단의 기준을 설정해 이에 맞춰 산복도로의 계단을 보수할 예정이다. 높이 18cm, 너비 30cm가 기준이다. 이를 충족하는 계단에 대해서도 파손 여부를 면밀히 살핀 뒤 보수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계단 양쪽에 집이 있는 경우가 많아 가로 폭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밝혔다.
현재 산복도로의 많은 계단이 상당히 협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계단 너비가 채 30cm가 되지 않고, 계단의 일부가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은 너비가 20cm 남짓에 불과한 곳도 있다. 웬만한 성인 여자도 겨우 한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의 계단이 많다 보니 자칫하면 발을 헛딛기 십상이다. 문제가 시급한 7곳에 대해 우선 보수 공사를 실시해 걷기 편리한 환경으로 개선한 뒤 이후 계속해서 보수 대상을 넓혀 나간다는 것이 동구청의 계획이다.
산복도로 내의 노후 계단을 추가로 파악해 보수하기 위한 전수조사 용역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은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나가 인근 계단 상태를 파악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이처럼 경사로 계단의 문제점에 대한 선제적 파악 없이 민원과 자체 판단으로 정비 사업지를 정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동구청은 이번 보수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보행권 사각지대 해소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구청 건설과 최원오 과장은 “산복도로 주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계단을 보수할 예정”이라며 “교통 약자도 편히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복도로는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을 담고 있지만 열악한 보행권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좁고 가파른 계단길이 산복도로의 정체성이지만, 지나치게 걷기 어려운 길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고 ‘걷기 좋은 도시 부산’이라는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산복도로 곳곳엔 불편하고 위태로운 길이 퍼져 있지만,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