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10공구도 유찰…9공구 전철 밟나
거제 언양마을-기성초 1280m 본선 건설
경정비 가능한 차량기지 포함, 역사 제외
국가철도공단 첫 입찰에 PQ 신청자 없어
시공 규모 대비 적은 사업비 걸림돌 지적
건설업계, 최소 500억 원 이상 증액해야
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제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조기 개통의 마지막 퍼즐인 ‘10공구’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빠듯한 사업비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무려 5수 끝에 겨우 설계에 착수한 ‘1‧9공구’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남부내륙철도 제10공구 건설공사’ 1차 입찰이 유찰됐다. 본 입찰에 앞선 ‘참가자자격사전심사(PQ)’에 아무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PQ는 유사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다. 이를 통과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건설업계는 예상보다 낮은 사업비를 지목한다. 10공구는 남부내륙철도 본선과 거제역사를 잇는 종점부다. 사등면 언양마을 터널 입구에서 성내마을 기성초교 앞까지다. 추정 사업비는 2166억 원이다. 사업자는 이를 토대로 50m 교량을 포함한 총연장 1280m 단선 철로와 경정비가 가능한 차량기지까지 완성해야 한다.
거제역사(정거장)는 제외다. 거제·통영·고성을 포함한 5개 신설 역사는 별도 기본‧실시설계 공모를 거쳐 추후 사업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지금 책정된 사업비로는 공사 진행이 불가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시공 규모와 난도,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최소 2600억 원 이상은 돼야 그나마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은 국토교통부와 사업비 증액을 포함한 재입찰 일정 등을 협의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당장은 결정된 내용이 없다. 모두 미정”이라고 했다.
지역에선 입찰 무산이 개통 일정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참여사 미달로 진땀을 뺀 1‧9공구 악몽 탓이다. 국토부는 작년 2월, 입찰방법 심의를 거쳐 남부내륙철도 공사 구간을 10개 공구로 나눠 입찰을 진행했다. 경북 김천시 감천면에서 경남 고성군 고성읍까지인 2~8공구 등 7개 구간은 설계와 시공을 분리한 기타공사로, 나머지 1·9·10공구는 모든 공정을 일임하는 턴키공사(일괄입찰) 방식을 적용했다.
2~8공구는 그해 3월 입찰공고 후 곧장 사업자가 선정돼 6월 설계를 들어갔다. 그런데 시‧종점인 1‧9공구는 4회 연속 입찰이 무산됐다. 난해한 공법과 까다로운 입찰 조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사업비에 대형 건설사조차 입찰을 꺼렸다. 연이은 입찰 무산에 지역에선 이러다 조기 개통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대로는 개통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남도는 뒤늦게 국토부에 입찰 방식 전환, 설계 기간 단축 등을 제안했다.
이에 국토부와 공단은 앞서 발주된 2~8공구 사업 종료 기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한 기타공사로 설계만 우선 분리해 작년 9월 5차 입찰에 부쳤다. 이어 두 달 만에 (주)유신 컨소시엄과 동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낙점하며 급한 불을 껐다.
10공구 추가 유찰 우려에 공단은 “입찰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유찰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찰일을 올해 말로 잡아둔 만큼 전체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부내륙철도는 국토교통부의 ‘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김천 구간(경부선 김천역)에서 분기해 거제로 연결되는 여객 전용 단선철도다. 거제시 사등면 종착을 기준으로 총연장 177.89km다.
철도가 개통하면 서울과 거제 간 이동 시간은 종전 5시간에서 2시 40분대로 단축돼 남해안권 관광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