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일독립 선열·유족이 긍지와 자부심 갖게 최선 다해 예우”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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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종 독립유공자추모사업회 이사장

3·1 만세 운동 참가 박태문 씨 후손
16년째 사찰 등에서 합동추모대제
젊은 층과 시민 참여 늘어나길 기대

“항일독립 선열을 추모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역사와 시대 정신을 올곧게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16년째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합동 추모대제’를 지내고 있는 박성종 (사)대한민국독립유공자추모기념사업회 이사장.

박 이사장은 “올해는 지난달 7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대한불교 조계종 홍법사에서 독립유공자 합동 추모대제를 진행했다”면서 “추모대제는 2005년 8월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2008년부터 독립유공자 1만 4333명과 무명용사 195만 명의 위패를 모시고 그 넋을 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유공자 박태문 씨의 손자이다.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가 29세 때 고향인 전남 고흥군에서 3·1 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 순사의 총을 빼앗은 혐의로 6개월 동안 감옥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출감 후 독립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며 일본으로 건너가 항일 활동을 하다 40세 때 돌아가셨습니다.”

박 이사장은 자신과 같은 유공자 유족을 모아 2008년 독립유공자유족회 창립식을 했다. 당시 행사에는 직계 후손 등 10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활동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의 회원 참여를 확대해 사업 활동을 더 늘려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독립유공자유족회 월례회를 개최했는데, 참가 숫자가 점차 줄어들었다”며 “제대로 해야겠다는 각오로 같은 해 ‘제1회 유공자 합동 추모대제’를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후 추모대제는 2011년 부산 천태종 홍법사에서, 2016~21년 벡스코에서, 지난해에는 천태종 광명사에서 각각 거행됐다.

“독립운동의 혜택은 유족만 입은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독립유공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이사장은 독립유공자유족회를 현재의 사업회로 이름을 바꾸고 부산시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매년 부산시와 국가보훈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부산은행과 삼광사 등에서도 후원받고 있다. 하지만 사업회 운영과 추모대제 거행 등에 더 많은 지원과 후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박 이사장은 “지역 기업과 사회단체들의 후원금으론 1000만 원 이상 드는 추모대제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회원 400여 명 대다수가 명부에 이름은 올려 놓았지만 회비를 낼 형편이 못 된다”고 호소했다. 사업회는 현재 부산 동래구 부산은행 동래지점 3층 사무실에서 월세로 운영 중인데, 인건비 마련이 쉽지 않아 상근 근무자는 박 이사장과 전 부산시의원이었던 권오성 사무처장 등 단 두 명뿐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 부족으로 10여 년간 추진해 온 추모관 건립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는 “나무 위패 1만 4333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야 하지만, 대규모 공간이 없어 2016년에는 광복 71주년을 맞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현수막 위패를 걸어놓고 행사를 치를 정도였다”면서 “국가보훈부에 정부 인정 사단법인 신청을 했지만, 유사 단체가 많다며 아직도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다양한 종교 단체 인사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향후 과제”라며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등 다양한 종교계 인사가 있었다. 종교를 초월한 호국정신이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후손의 마음으로 전해져 다양한 분야의 시민 참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순국 선열들의 뜨거운 애국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후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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