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이용관·버티기 조종국, 사태 핵심 직시 못 하고 있다”
‘BIFF 사태’ 전국 영화인·단체 분노 폭발
집행위와 상의 없는 안건 상정 등 규탄
“이 이사장·조 위원장 모두 물러나야”
영화인들 BIFF 진통 속 올 출품 고민
시의회 “정관에 없는 운영위원장직 안 돼”
이사회 의결 통한 해임 근거 조항 있어
조 ‘자진 사퇴’ 않을 경우 적용할 수도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과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올해 영화제까지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국 영화계의 분노가 폭발했다. 원로 영화인들에 이어 전국 영화 단체와 영화인들이 성명서를 내 강도 높게 규탄했고, 시의회에서도 이 이사장을 질타하며 BIFF의 쇄신을 요구했다. 일부 영화인 사이에선 보이콧 움직임도 나오고 있어 이대로라면 올해 영화제가 열리더라도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용관·조종국 ‘버티기’에 영화계 ‘분노’
이 이사장의 ‘불통’과 ‘고집’에 대한 비판은 BIFF 집행위원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14일 이 이사장과 이사진, 집행위원 등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 이사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공동 위원장) 사태 이후 관련 내용을 공유받거나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집행위원회는) 통보받고 집합해서 가부에 대해 거수만 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이사장은) 집행위원회와의 일정 상의도 없이 총회 안건에 공동집행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했다”며 “이를 철회해달라는 집행위원들의 요구에도 자신을 믿어 달라며, 모든 게 합의된 사항이고 집행위원장이 아닌 운영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행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집행위원인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도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하며 명확한 직무 정리를 요청했다. 최 대표는 남 수석프로그래머의 임시총회 개최 요청을 “간과하기 어려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이 이사장의 답변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집행위원인 남 수석은 총회 개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며 “공동 위원장 선임 상황도 그렇고, 이번 사태도 그렇고 왜 회의를 소집해서 논의하지 않는거냐”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도 13일 ‘영화제는 시민과 관객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공개했다. BIFF 조기 정상화를 위한 이번 성명에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서울특별시영화인연합회 등 9개 산하 협회와 전국 지회·지부가 참여했다.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영화 단체가 이 이사장 사퇴와 조 신임 위원장 해임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연합회는 석연찮은 운영위원장 임명으로 불거진 BIFF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영화계 요청대로 조종국 운영위원장을 해촉하고, 이용관 이사장도 사퇴 약속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는 영화계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하고, 현 이사회는 모든 권한을 이양한 후 전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영화계 중진인 정지영 감독이 지난 6일 BIFF 측에 제시한 4개 제안과 대동소이하다.
■“이사장 사태 직시 못하고 있다” 시의회도 ‘질타’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들도 13일 연 ‘BIFF 사태 해소’ 간담회에서 이 이사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철중 의원은 ‘BIFF 사태’의 쟁점인 위원장 2인 체제(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의 임명을 두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모두가 합의된 결과’라는 이용관 이사장을 질호했다. 박 의원은 “현 사태의 논쟁의 핵심인‘운영위원장’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찾기 위해서는 정관과 같은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집행위원회 운영 규정과 같은 지침 개정은 영화인과 시민들 모두가 납득할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철호 의원은 “정관에 기입되어 있지 않은 운영위원장이라는 용어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으며 “상근직 50여 명에 28년간 개최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체계적인 시스템화가 되어 있지 못하고 운영상의 문제, 임원 간의 분쟁으로 보이는 현 사태에 이른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BIFF 사태로 불거지게 된 현 사태에 대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조속한 BIFF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송현준 의원도 “이사장은 사태의 핵심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진 사퇴 안 하면 ‘해임’ 가능성도
이 이사장과 조 신임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올해 영화제의 개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관계자 A 씨는 “영화제 안팎으로 한 달 넘게 잡음이 계속되면서 올해 출품을 두고 고민하는 영화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른 영화계 관계자 B 씨도 “출품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작품을 낼지 말지 고민하는 영화인이 많다”고 했다.
BIFF 정관에 따르면 조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땐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관 12조(임원 해임) 2항의 임원 간의 분쟁, 3항의 업무 방해 행위 등의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BIFF 사태는 지난달 9일 신설한 ‘공동 위원장’에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촉발됐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표를 내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 임명으로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BIFF는 이번 사태로 혁신위원회도 출범하기로 했지만, 전제 조건인 조 위원장 사퇴가 이뤄지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부산과 전국 영화단체와 원로 감독·제작자·평론가 등이 연이어 사퇴를 요구해도 그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부산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는 조 위원장 사퇴 없이 혁신을 논하긴 어렵다며 혁신위원회 출범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