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을숙’ 미술관에 영화 보러 오세요!
부산현대미술관 격년제 전시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
70석 규모 영화관 ‘극장 을숙’
국내외 영화 100여 편 상영
8시간 짜리 대작 ‘일과 나날’
김기영 감독 ‘이어도’ 등 소개
23일 차이밍량 감독 포럼 개최
“미술관에 영화 보러 가자.”
부산현대미술관 안에 작은 영화관이 들어섰다.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는 부산현대미술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서 기획한 격년제 정례 전시이다. 올해 첫선을 보인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영화의 기후:섬, 행성, 포스트콘택트존’(이하 2023 시네미디어)은 영상 작품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극장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 전시이다.
2023 시네미디어는 생태학, 인류학, 정치경제학과 영화의 역사까지 포괄적 주제를 다루는 전시로, 영화·VR 작품·설치 작품 등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 장르의 경계를 탐색하고 확장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전시장은 극장 을숙, 극장 행성, 시네미디어 존, 시네미디어 라운지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내부는 폐자재를 활용해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구현했다.
전시장 제일 안쪽에 위치한 ‘극장 을숙’은 객석 수 70석의 미니 극장이다. 이곳에서는 국내외 영화감독 78명이 제작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 100여 편이 매일 2~3편씩 상영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영화관 티켓박스에서 오전 10시부터 당일 상영작 관람 티켓을 배부한다. 극장 을숙의 영화 상영 시간표는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s://www.busan.go.kr/moca/index)와 현장에 비치된 전시 리플렛을 확인하면 된다.
C.W 윈터와 안더스 에드스트롬 감독의 영화 ‘일과 나날’(2020)은 상영 시간이 8시간(480분)에 이른다. ‘일과 나날’은 오는 7월 8일과 23일에 상영되는데, 이날은 미술관 개관 시간을 30분 앞당겨 9시 30분부터 영화를 상영한다.
이 외에도 거장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2018년 복원판), 샹탈 애커만 감독의 ‘잔느 딜망’(1975), 고 김창열 화백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2021), 부산 사상구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박배일 감독의 ‘사상’(2020) 등을 극장 을숙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대만 감독 차이밍량의 영화도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감독의 2022년 신작 ‘곳’(7월 7일, 13일, 18일 상영)을 비롯해 ‘소요’(2021) ‘모래’(2018)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2003년 작품인 ‘안녕, 용문객잔’ 4K 복원작은 7월 1일과 8월 6일에 상영된다.
이달 23일에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차이밍량 감독의 슬로우 시네마 작품을 탐구하는 포럼이 열린다. 이날 오후 1시에는 차이밍량 감독의 퐁피두센터 강연을 함께 보고, 오후 3시부터 포럼 ‘차이밍량:영화의 여정, 느리게 걷다’를 진행한다. 포럼에는 송경원 <씨네21> 기자와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참가해 차이밍량 감독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극장 행성’에는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의 ‘에쿠아도르’(2012)’와 스콧 발리의 ‘찰나’(2017) ‘배후지’(2016) ‘슬픈 나무’(2015) 등이 상영된다.
‘시네미디어 존’에서는 올해 광주비엔날레 초청 작가인 에밀리아 스카눌리터의 ‘어둠의 깊은 지대’(2022)를 볼 수 있다. 16분 길이의 영화는 멕시코만을 배경으로 기후위기, 무분별한 채굴주의 등이 초래한 생태계 파괴를 보여준다. 특히 영화 스크린 위쪽의 거울에 비치는 영상이 관객의 감각을 바다 깊은 곳으로 이끌고 작품에 몰입시킨다.
대화의 공간 ‘시네미디어 라운지’에서는 사오닷 이스마일로바, 클레멍 드뇌와 라이 쿠안위안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2023 시네미디어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 열린다. 영화 관람과 포럼·강연 등 연계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이며, 교육 프로그램은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의 일부 후원을 받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