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쪼그라드는 인구, 공론화하는 이민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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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 대비 ‘장기 인구 비전’ 큰 그림 그려야

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근 국내에도 이민 수용 여부에 관한 논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경남 김해 인제대가 드림팩토리센터 전용 공방에서 개최한 외국인 노동자의 ‘DIY 핸드메이드 감성 조명 만들기’ 클래스. 부산일보DB 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근 국내에도 이민 수용 여부에 관한 논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경남 김해 인제대가 드림팩토리센터 전용 공방에서 개최한 외국인 노동자의 ‘DIY 핸드메이드 감성 조명 만들기’ 클래스. 부산일보DB

근래 한국 사회를 둘러싼 최고 화두는 저출생과 인구의 고령화 문제다. 전문가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나 우리 사회가 금세기 중반까지 저출생과 고령화의 추세적 경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특히 저출생 문제는 그동안 국가 전체가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인구의 측면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축소 지향의 사회’로 들어섰다. 이제는 변화 추세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각의 인구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차 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민 정책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하반기부터 도입 계획을 밝힌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과 관련해 이미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이민청 신설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민 정책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맞물려 점차 쟁점화하고 있다.


■이민 수용 문제, 수면 위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끝은 국내의 이민 수용 문제로 이어진다. 이 제도는 직접적으로는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생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취지지만, 결국은 초저출생과 고령화 사회를 맞아 외부 인구 유입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숨길 수 없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0명 안팎으로, 이마저 매년 감소세다. 지금으로선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정부 정책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여기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 현장의 노동력 감소는 당장 국가 경제에 발등의 불이 됐다. 노동력 부족은 지금도 심각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 더 걱정된다.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이미 우리 경제의 상수가 됐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 다문화 특화거리에서 열린 외국인 자국 음식 요리 경연대회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사상구 괘법동 다문화 특화거리에서 열린 외국인 자국 음식 요리 경연대회 모습. 부산일보DB

그 타개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대안이 외국인 이민의 수용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국외 이민에 대해 문호 개방을 검토해 볼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더 이민청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 재외동포청 개청에 가려 이민청 설립 이슈가 다소 뒷전으로 밀렸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다. 이민청 필요성은 국가 존속의 장기 전략적 차원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점차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작년 말 기준 21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가까워지면서 이미 다문화 국가로 향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계속 이뤄질 전망이고 보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이민 정책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구 전환기 컨트롤타워 필요

이민 문제가 점차 공론화하는 것과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도 향후 인구 정책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 제기되는 이민의 수용 여부는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문화적인 측면까지 그 영향이 매우 크다. 2018년 제주도로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 수용 여부를 두고 우리 사회가 찬반양론으로 갈려 극심한 홍역을 치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민 논쟁은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신화와 완전히 결별해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가 됨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 등 사회통합의 과제를 불가피하게 한다. 또 저출생, 고령화 외에 지방소멸 등 국가균형발전 과제와도 직결된다. 여기에 통합 정책 기관으로서 이민청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이민청이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 종합 비전 제시와 관련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민과 관련한 업무는 결혼 이주민 여성의 경우 여성가족부, 고용허가제 등 단기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출입국 관리 등은 법무부가 맡고 있다. 예산도 제각각일뿐더러 각 부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인구 구성과 정책 방향, 사회·문화 통합과 같은 전략적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할 수 없는 구조다. 일본이나 중국도 이미 이민자 전담 부서를 강화 또는 신설한 만큼 우리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 구조 개선이 먼저” 주장도

이민청과 이민을 둘러싼 논의가 최근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인구 절벽 시대에 이민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민자와 함께 어울려 살거나, 이와 관련해 세금이 더 들어간다면 부정적인 시각이 급격히 증가한다.

국민의 이중적인 시각 외에도 이민이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인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민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민 추진과 인구 문제 해결은 다른 차원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사회 불평등, 여성 차별, 교육과 주거 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선 아무리 이주민을 받아들여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여긴다. 실제로 이주민들은 국외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출신 국가의 출산율이 아니라 이주한 국가의 출산 경향을 따른다고 한다.

이민 유입으로 일선 노동 현장의 인력 부족을 넘기려는 발상도 임금이 낮고 노동 환경이 열악한 직종의 일자리를 제삼 세계 출신의 인력들로 돌려막기를 하는 데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는 차별적이고 비인권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먼저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민 수용만으로 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이민이 당장 현실적으로 여러 방안 중 유력한 하나의 대안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일단 윤석열 정부가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이민 유입의 이점 역시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언제까지 이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 고립된 국가가 아니다. 개방 국가로서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관건은 이민자를 우리 사회의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적인 관점이 아니라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여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민청 설립과 이민 허용은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로 연착륙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민들이 이민자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벗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식을 갖도록 꾸준하고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하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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