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캐나다 산불… 빨라진 기후변화 ‘시한폭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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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산불 건수 예년의 15배
병충해 확산과 가뭄이 원인
EEA “기상이변 피해 772조,
지난 40년간 20만 명 희생”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여전히 완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캐나다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가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여전히 완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캐나다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가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초 발생한 캐나다 산불은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을 재확인하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980년 이후 유럽에서는 기상이변으로 2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캐나다 산불이 예년의 규모를 훨씬 넘어서 확산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가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기온 상승으로 해충의 활동 지역이 대폭 늘어면서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잎말이 나방과의 유충 피해에 주목한다. 침엽수림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 해충은 일반적으로 캐나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기후 온난화 탓에 캐나다 중부 이상으로 서식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가뭄과 해충 탓에 고사한 산림 면적이 늘었기 때문에 화재가 더 빠르고 넓게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정부 소속 과학자 케이샌드라 월드런은 “잎말이 나방과 유충은 남쪽의 전나무 서식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북쪽으로 확산해 말라죽은 가문비나무의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서부 산림지역에선 소나무 좀의 피해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소나무 좀 때문에 고사한 소나무 산림의 면적은 서울 면적의 3배인 4500만 에이커에 달한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올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2000건이 넘는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의 약 15배에 달한다.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1210만 에이커로 남한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달 초 발생한 대형 산불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산림청(CFS) 소속 과학자인 엘런 휘트먼은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이 같은 상황을 실제로 목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기상이변 현상은 유럽에서도 막대한 희생자와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 환경청(EEA)은 13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1980~2021년 홍수와 폭풍, 혹서와 혹한, 산림 화재와 산사태로 인한 희생자가 19만 5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EEA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5600억 유로(약 772조 원)에 달했으며 보험 보상을 받은 것은 30% 정도인 1700억 유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희생자 중에는 혹서로 인한 피해자가 81%로 가장 많았다.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체의 56%를 차지했다고 EEA는 설명했다.

EEA는 이어 노령층일수록 혹서에 취약하기 때문에 노령인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EA는 대부분 국가가 기후변화 적응 정책과 보건 정책을 통해 고온 현상이 심혈관과 호흡기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하고 있지만 탈수나 열사병에 대한 대비는 불충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EA는 특히 전 지구적 기온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농업이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올라가면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이 현재 90억 유로에서 금세기 말에는 250억 유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올라가면 310억 유로, 3도 올라가면 450억 유로에 이르는 연간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EA가 발표한 집계에는 지난해 유럽을 강타한 폭염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2016~2019년 평균보다 16% 정도인 5만 3000여 명이 더 희생됐으며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6~8월 폭염으로 4600여 명이 숨졌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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