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돌려차기', 정치권 법 개정 적극 나설 차례다
피해자 보호 대책 요구 목소리 높아
여성 상대 강력범죄 엄중 처벌 필요
부산 도심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하고 성폭행하려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우리 사회가 범죄 피해자 보호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현행 형사사법체계는 사건 수사는 물론이고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제3자로 철저히 소외시켰다.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 했고 심지어 보복 범죄의 위험에까지 노출됐다. 이 사건 피해 여성이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1년여에 걸쳐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이유다. 그 결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가려지고 항소심에서 피의자의 형량도 늘어났다. 이제 제도적 측면에서 형사사법체계를 제대로 고치는 일이 남았다.
돌려차기 피해자의 용감한 싸움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도, 피해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없었을 것이다. 폭행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보복의 두려움에 시달리던 피해자에게 경찰과 검찰은 수사 상황은 물론이고 가해자 신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 주지 않았다. CCTV에만 의존한 초기 수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감수하며 민사소송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고 끈질긴 추적과 DNA 검사로 성폭행 정황을 밝혔다. 1심에서 살인미수죄로 징역 12년이 선고된 형량은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죄가 적용돼 20년으로 늘었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법 개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피의자 신상 공개 확대를 골자로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여러 건 계류돼 있는데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김도읍 의원도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와 여당에서 여성 상대 강력범죄에 대한 신상 공개 범위 확대와 2차 가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조치다. 이와 더불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더 이상 가해자가 큰소리치고 피해자가 보복의 두려움 속에 숨어 살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을 방치하면 안 된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듯 현행 형사사법체계는 지나치게 피해자의 알권리를 배제하고 피의자 방어권 보호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하루속히 법 개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성 상대 강력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책을 주문한 마당이다. 다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와 같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