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23. 쇠와 나무… 이질성의 침투와 교감, 심문섭 ‘메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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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1943~) 작가는 통영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후반 국전에서 연이어 수상했고, 1971~75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작가는 1970년대 이후 일본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개최했고 프랑스의 팔레 루아얄 공원, 니스 아시아 미술관 전시에 초대되기도 했다. 1981년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현전’ 시리즈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심문섭은 세계적 행보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1995년과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참가 등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1970년대 초 시작한 ‘관계’ 작업 이후 ‘현전’ ‘토상’ ‘목신’ ‘메타퍼’ ‘제시’ ‘반추’로 이어지는 시리즈 작업을 통해 작품 재료가 되는 흙·돌·나무·철 등 물성 자체를 탐구하고 물질 간 관계 속에서 비물질적 상징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펼쳤다.

1998년작 ‘메타퍼’는 Metaphor 시리즈 중 하나로, 물성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행위적 개입이 커지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메타퍼 시리즈는 재료인 나무의 물성을 강조하던 작업 방식에서 나아가 작가로서의 생각과 이념을 물질화하고, 물성의 내재된 의미를 드러내고 전하려는 작가적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전환적 시기의 작업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 제작된 작품에서 나무와 철이 대등하게 사용되거나 철이 주재료로 사용됐다. 다른 연작과 마찬가지로 ‘메타퍼’는 한국성, 자연성, 토속성으로 불리는 감성적 코드와 미감을 내포한다. 무상의 평범한 것, 기교 없는 감성을 좋아하는 작가는 자연의 산물인 나무와 인공적인 쇠라는 이질적 물성의 관계를 통해, 쇠와 나무의 이질성이 침투되고 교감되는 새로운 울림을 전한다.

심문섭의 조각은 현재에 존재하는 물질로서의 기능과 가시적 이미지가 주는 상징과 은유의 한계를 넘어선 세계를 말한다. 형태가 시각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지니지만, 단순히 형태를 넘어서 작품의 형태와 표리일체(表裏一體)되어 조형의 한계를 초월하는 물질 이전의 세계 또는 그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메타퍼 시리즈 이후 제시·반추 시리즈 작업에서는 물질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연결된 또 다른 세계와의 긴밀한 관계성을 드러나는 변화가 이어진다. 필요 없는 것을 지워나감으로써 비로소 본질에 가까워지는 조각의 물질성 탐구 과정은 한국 조각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조각의 위상을 세계에 소개한 작가의 위대한 여정이다.

김지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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