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곰팡내’ 화명정수장 전면 정비”
노후화 탓 낙동강 녹조 정수처리 한계
추후 덕산·명장 단계적으로 보수 방침
재난문자 발송 체제도 개선 ‘즉각 대응’
속보=부산 화명정수장에서 공급된 수돗물에서 흙·곰팡이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된 사고(부산일보 6월 13일 자 1면 등 보도)와 관련해 부산시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화명 정수장의 노후화로 인해 낙동강 녹조를 제대로 정수처리하지 못한 것이었던 게 확인됨에 따라 열악한 정수장을 전면 개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시민에게 수돗물 수질 사고를 즉각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재난안전문자 메시지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시는 14일 화명정수장 수돗물 냄새 발생과 관련해 시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우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화명정수장을 전면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화명정수장 개량을 시급하게 실시한 뒤 덕산·명장 정수장도 단계적으로 보수해 나갈 방침이다. 화명정수장은 1975년에 지어져 시설이 노후한 데다 공간이 협소해 ‘입상활성탄여과지’ 등 고도정수처리공정의 예비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 역시 예비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노후밸브 교체 공사를 하다 고도정수처리공정을 건너뛰는 바람에 냄새 유발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와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화명정수장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제때 보수를 진행하지 못했다. 취수원 다변화 등을 통해 대체 상수원을 확보하면 정수장 처리 시스템이 달라진다는 ‘장밋빛 희망’에 기대 보수 계획을 점점 미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수질 관련 사고가 발생한 데다,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 경남의 물을 공급받더라도 45만t은 낙동강 물을 정수해 써야 하는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수장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급한 화명정수장부터 개선하고, 단계적으로 덕산·명장 등 다른 정수장도 단계적으로 개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근희 환경물정책실장은 “전문가들과 함께 15일 오전 중에 화명정수장을 방문해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덕산정수장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서라도 이번에 화명정수장을 제대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수돗물 수질 사고와 관련해 시민에게 재난문자를 보내는 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지난 9일 오전 9시께부터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으나 시민에게는 12시간이 지난 뒤인 오후 9시께야 안내됐다. 9~12일에 냄새 관련 민원은 274건이 접수됐다.
이번 사태가 뒤늦게 알려진 것은 상수도본부와 일선 지자체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수도본부는 오전부터 수질분석을 의뢰해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수도본부는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재난문자를 발송할 계획이었으나 퇴근 시간대와 겹치는 바람에 해당 구청과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시 재난안전실과 협의하다 보니 문자 발송 시간이 이날 오후 9시로 늦어졌다는 것이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수질 사고와 관련해 사고유형별, 단계별로 시민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체계화해 즉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는 또 다음 달 중 경제부시장이 주재하고 환경물정책실장, 상수도본부장,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 전문가 협의회’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수돗물은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므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상수도 시설이 지속가능하도록 멀리 내다보고 시설을 투자해 나가겠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문가 자문을 받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