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이의 법칙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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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던 우리 국회에서 최근 아주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져서 화제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장애인 학대 범죄와 장애인 정책에 대한 대정부 질의에서 감동적인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이다.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서로 비난하기에 바쁜 여야 의원들의 호평과 기립 박수는 순간적으로 ‘이게 우리나라 국회가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특히 김 의원이 마무리 발언에서 예로 든 물고기 ‘코이’는 이날 질의의 백미로 꼽혔다. 그런데 코이가 대체 어떤 물고기이길래 이날 발언의 화룡점정이 되었을까. 부산에 산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런 물고기 이름은 사실 처음 들어봤다.

인터넷 검색으로 내용을 확인하고는 김 의원이 코이를 통해 대정부 질의를 매조진 의도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사람은 성체가 되면 더는 몸무게나 키가 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비단잉어의 한 종류인 코이는 이런 경향을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이나 장소에 따라 채 10㎝도 안 되는 소형부터 최대 1m 이상의 대형 몸체까지 다양한 크기로 자란다. 작은 어항에선 크기가 5~8㎝에 불과하지만, 연못에서는 20~30㎝ 안팎이 된다. 연못보다 훨씬 넓은 강물에선 1m 이상까지 몸집이 늘어난다.

처한 곳에 따라 자기 몸집을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으니, 곧 있는 곳이 바로 자기의 크기가 되는 셈이다. 똑같은 물고기인데도 작은 어항에서 자라면 잔챙이, 큰 강물에서 성장하면 대어가 되는 것을 가리켜 ‘코이의 법칙’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쯤 되면 김 의원이 코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환기하고자 한 주제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을 깨뜨려 이들에게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더 큰 강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메시지다. 점자 자료를 더듬어 가며 국무위원에 질의한 김 의원의 핵심 주제가 코이라는 물고기를 통해 더 선명하게 부각된 것이다. 그 방식도 감동과 신선함이 어우러져 호소력을 더했다.

이제 돌이켜 보니 비단잉어인 코이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마주쳤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무심히 지나쳤을 관상용 물고기에 그처럼 오묘한 자연의 설계가 숨어 있었다니, 신기하면서도 놀랍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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