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조금은 덥게, 조금은 춥게 지내자
무더운 여름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를 보일 때도 있다. 최근 밤 기온이 섭씨 12도를 기록할 때 지하철을 탔는데 냉방이 너무 심해 추울 정도였다. 그래서 지하철 공사에 전화를 했다. 추우니 냉방을 꺼달라고.
그런데 지하철 공사의 답변은 더워서 냉방을 틀어 달라는 민원이 많아 끌 수가 없다고 했다. 야간에 실외 온도가 12도이고 지하철 내 승객도 거의 없는 밤 10시에 과연 냉방을 하는 것이 맞는가? 세계는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저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흘러간 레퍼토리지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은 필수 불가결의 문제’이다.
예전에 프랑스 공공기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들의 한여름 나기는 이제 막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가 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우직함 그 자체였다. 에어컨은 켜지 않았고, 간단한 복장에 창문을 활짝 열고 더위에 맞서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들은 큰 불편이 아니라면 현실을 감내하면서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 국민이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위와 후손을 위해 배려와 양보를 할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과연 우리 주위 사람들을 위해, 우리 후손들을 위해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김희중·ju4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