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 가해자는 상고하는데… 피해자에겐 기회조차 없어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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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왜 나만 많은 징역 받나”
검찰, 양형 부당 이유 상고 못 해
피해자 '법 개정' 국민청원 제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 여성이 지난 1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 여성이 지난 1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여성에게 무차별 폭행과 성범죄를 시도했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징역 20년 선고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히려 피해자는 대법원에 상고할 기회를 박탈 당했는데, 피해 여성은 “이제서야 제대로 된 첫 번째 재판을 치른 것 같은데 대법원 상고조차 못해 답답하다”고 밝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 A 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부산고법은 지난 12일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에 비해 형량이 8년 늘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도 함께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부산고검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공소 사실이 전부 유죄가 됐고, 검찰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기에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대법원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나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다.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경우에만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상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가해 남성의 양형 부당이나 법리 오해 등에 대해서만 살펴볼 전망이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할 확률이 높다.

피해 여성은 “1심에서는 성범죄 혐의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2심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첫 재판을 받았다”며 “항소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구형보다 15년이나 적은 형을 선고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퉈볼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 여성은 피해자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달라고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가해 남성인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을 통해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는 형 집행을 다 했다. 피해자분은 회복이 되고 있으며,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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