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인하 압박… 식품업계 전전긍긍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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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밀 가격 여전히 높아
정부 요청에 가격 인상 보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국내 라면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국내 라면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라면값 인하 압박에 ‘밀가루’ 사용이 많은 식품업계 전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자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 등 식품업계 전반에서 여파가 미칠 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한 식품 관련업계 관계자는 “라면 이외에 다른 품목과 업종의 가격인하 권고는 없다”면서도 “여건이 어렵지만 요청이 오면 국민 부담 줄이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속내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국제 밀 가격이 내렸지만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밀 외에 다른 원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전기요금을 비롯해 우유, 설탕 등 주요 재료 값이 다 올랐다”며 “특히 식품업계는 영업이익률이 낮아 가격 인하 권고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밀 가격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톤 당 419달러로 치솟았고 올해 2월 27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올해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식품기업들은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생수 출고가를 5% 올리려다 가격을 동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CJ제일제당도 3월부터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가 백지화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지난 4월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주류업체들도 주정과 주세 인상 등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정부 분위기에 맞춰 유통업체의 라면 할인 행사도 시작됐다. 이날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통해 라면과 맥주 등 여름철 인기 상품을 기획전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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