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요원 없는 수영장, 막가는 구립 스포츠센터
법적 의무조차 무시 주민 생명 위협
부산 전역 실태조사·안전 대책 시급
부산 지역 기초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위탁하는 스포츠센터 내 수영장이 주민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 사각 지대로 떠올랐다. 8일 서구 송도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던 6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다른 수강생에게 발견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고, 15일에는 같은 곳에서 20대 여성이 탈의실로 가는 통로에서 의식을 잃었다. 이 스포츠센터는 법적 의무 사항인 안전관리 요원 없이 4년간이나 수영장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관리 요원이 배치돼 있었다면 빠른 대응으로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드러났을 뿐 이런 안전 불감증은 단지 서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당장 부산 전역의 구립 스포츠센터 내 수영장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실내 수영장은 최소 2명 이상의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는 게 의무 사항이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송도 스포츠센터는 2019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법적 요건에 맞는 안전관리 요원 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센터의 경우 수영 강사가 자격증을 갖춘 수상 안전관리 요원이라 쳐도 현장에 최소한 1명의 요원이 더 배치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센터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안전관리 요원이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데 있다. 이는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다.
서구청의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청은 강사가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수상 안전요원 근무일지’에 따라 간접 보고만 받았지 현장에 안전관리 요원이 배치됐는지 의심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 매년 안전 점검을 해 온 서구청이 위법 사항을 실제로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것인지 진상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구청은 스포츠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청의 안전 점검 자체가 안이하고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기초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위탁하는 스포츠센터는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 활동 지원이라는 공적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수영장은 주민들의 관심이 많고 이용자들이 몰리는 핵심 시설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수영장 같은 시설에서 안전에 가장 취약한 부류는 아이들과 노인들이다. 서구에서 일어난 수영장 안전사고는 부산의 모든 지역이 유사한 위험에 놓여 있음을 보여 주는 거울이랄 수 있다. 당장 부산 전역 수영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또 다른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 전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사고 없는 수영장’을 만들려면 부산시와 시의회, 지자체가 협력하는 길밖에 없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