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뭄과 홍수, 양극단 기후 변화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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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균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기상청은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2022년을 ‘중부지방 집중호우, 남부지방 최장 가뭄’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시간당 116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으며, 남부지방은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227.3일의 가뭄 일수를 기록하는 등 폭우와 가뭄의 양극단 이상기후가 동시에 발생한 한 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1100.7mm이며, 이는 평년 대비 82.6% 수준으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6월까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해 남부지방 가뭄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농업 용수와 공업 용수 부족으로 산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가 이상기후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엘니뇨’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전역에는 때이른 폭염이 시작됐으며 최근 태국의 체감 온도는 섭씨 54도에 달하기도 했다. 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북미와 남미의 경우는 올해 5월이 기상관측 174년 이내 세 번째로 무더웠던 5월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2016년의 ‘슈퍼 엘니뇨’에 맞먹는 기상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여름 폭염은 물론, 많은 수증기 유입으로 인해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극단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양극단의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소위 ‘녹색댐’이라고 불리는 숲의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름 집중호우로 홍수가 발생하고 나머지 계절에는 물 부족으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기후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숲은 토양과 토양 입자 사이의 스펀지와 같아서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 물을 크게 흡수하며,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에는 물을 천천히 흘려보내 강을 마르지 않게 한다.

그러나 숲이 조성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수십 년이지만 전국의 동시다발적인 산불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것과 같이 파괴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 평균 연간 산불 건수는 537건, 피해 면적은 3560ha인 반면, 올해 4월까지 발생한 산불 건수는 469건으로 이미 10년 평균의 87.4%에 달했으며 피해 면적은 4578ha로 10년 평균치를 훌쩍 넘어섰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말처럼 예로부터 산과 물을 잘 다스린 나라는 부강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국토가 황폐해져 국민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치산치수를 통치의 근간으로 여겨왔으며 이는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양극단의 기후 변화에 노출된 우리의 현 상황에도 역시 유효할 것이다. 과학적 분석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자원과 산림자원의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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