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프로세스 설명 들으면 법인 설립 포기하고 한국 떠나” [이슈 추적, 왜?]
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이사
부산서 창업이민시스템 위탁 운영
“외국인 지원 전용 포털 등 대안을”
폴란드 출신인 사우스벤처스의 마르타 알리나 이사는 비자 발급 지연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예비 창업자를 수없이 지켜봤다. 15년 전 한국에 온 그는 4200여 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 국제 스타트업 커뮤니티 ‘서울스타트업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부산에 와 외국인 예비 창업가의 필수 코스인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OASIS)’ 위탁 운영을 맡게 됐다.
알리나 이사는 “몇 년 전 서울에서 독일인 두 명이 PDF 파일을 워드나 파워포인트용으로 바꾸는 ‘스몰 pdf’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면서 “한국에서 살며 창업 비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하고 싶어 했지만, 1명이 학사 학위가 없어 결국 독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에 큰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 예비 창업자가 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복잡한 비자 준비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알리나 이사는 “살기 좋은 부산은 창업자에게 기회의 시장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디지털 노마드(원격 근무자)로 일하던 세계적인 프로젝트 디자이너는 부산이 좋아 법인 설립을 고민했지만 비자 프로세스를 듣고는 포기한 채 돌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알리나 이사의 사우스벤처스 기업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창업·무역에 관심이 있는 한국 거주 외국인 109명을 대상으로 OASIS 프로그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OASIS는 외국인 창업을 지원·교육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참여자가 교육 수료 등을 통해 80점 이상을 채우면 기술창업비자(D-8-4)를 발급받을 수 있다. 많은 설문조사 참여자가 강의 내용 중복, 한국 기업인과의 네트워킹 부재, 온라인 강의 불허 등에 불만을 토로했다.
알리나 이사는 “특히 직장이나 학교 일정으로 교육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모두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추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밖에도 외국인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 비자를 위한 사전 서류 준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가 이를 돕기 위한 전용 포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