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인기 시들, 인재 확보 난항까지… 전환은 필연적
부일외고 자사고 전환 왜?
신입생 모집 경쟁률 떨어져
의대 쏠림 현상 등도 주원인
부산 특목고 지형 '지각변동'
교육 역량 우선 확보 등 지적도
서부산권 유일의 특목고 부일외국어고(이하 부일외고)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전환을 결정한 데는 시들해진 외고 인기, 이공계 선호 현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고의 자사고 전환이 향후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가 자사고로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일외고는 지난 20일 교육부에서 열린 특목고 지정 심의위원회에서 외고 지정 해제 심의 절차를 진행했다. 부일외고는 지난 4월 외고 지정 해제 신청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고 지난달 시교육청은 외고 지정 해제를 의결했다. 절차에 따라 교육부에서 지정 해제에 동의하면 부일외고는 외고 지정이 해제된다. 외고는 올해중으로 자사고 전환을 시교육청에 신청할 계획이다.
외고가 지정 해제를 통해 자사고로 전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2011년 용인외고 이후 처음이다.
부일외고는 지정 해제 이후 자사고 지정을 신청해 내년 신입생부터 자사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 재학생은 외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이수한다. 부일외고는 다음 달 신입생 입학설명회 홍보 문구 등에서 ‘2024년 신입생부터 인문 계열, 자연 계열, 의학 계열 모든 계열 선택이 가능하다’며 자사고 전환을 염두에 두고 신입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교육계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추락한 외고의 입지가 자사고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부산 지역 외국어고는 부산외고, 부일외고 두 곳인데 우수 학생들의 자연 계열, 의학 계열 선호 탓에 최근 3년간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2배수에 미치지 못했다. 외고로 진학하면 사실상 자연계열 대학 진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산 지역 상위권 학생들은 향후 진학 선택의 폭이 넓은 울산, 포항 등에 위치한 자사고로 진학하는 실정이다.
지난 정부에서 2025년까지 사실상 특목고 폐지를 선언한 점, 부일외고가 상대적으로 부산외고에 비해 낮은 인지도 등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전환 추진의 이유로 꼽힌다.
서부산권 유일의 특목고인 부일외고가 자사고 전환을 추진하면서 지역 교육계는 부산 지역 특목고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일외고는 현재 자사고 운영 형태 등을 구체화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 학생 선발 자사고 형태로 운영할 경우 부산 지역 내 유일한 남녀공학 자사고, 서부산 지역 자사고라는 이점을 갖게 된다. 기존 외고에서 활용해 온 기숙사 등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자사고로서 조기 정착에 유리할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자사고 제도를 유지한다고 공표했고 하윤수 부산시교육감도 동서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서부산·원도심 지역 자사고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외고 지정 해제 이후 자사고 추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운대고의 경우 재단 문제 등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된 전례가 있는 만큼 자사고 전환 과정에서 우수 교원 확보 등 자사고로서 교육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입생 모집 어려움 해소, 의대 등 진학률 상승 등 표면적인 전환 이유를 넘어설 수 있는 내실 있는 자사고 전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부산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현재 타 지역 우수 자사고처럼 되기 위해서는 우수 교원 확보,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 계획 등을 갖춰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