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는 공룡 같은 존재’라는 6·25 참전용사의 말 안타까웠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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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부산보건대 교수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사진전
78명 촬영, 토크 콘서트 개최
“참전용사 존재 더 알리고 싶어”

박희진 교수. 오금아 기자 박희진 교수. 오금아 기자

“우리 곁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찍었어요.”

6·25 참전 유공자 사진전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 전시장에서 만난 박희진 부산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박 교수는 100회 이상 전시에 참여한 사진작가이며, 27년간 2만 6000명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박 교수의 6·25 참전 유공자 사진전은 지난 13일부터 부산 수영구 쌈갤러리(수영역 지하상가 13호)에서 열리고 있다.

박 교수가 참전용사 사진을 찍게 된 것은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허경 부산지부장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2019년 10월이죠. 서울에 가려고 아침 일찍 부산역에 갔는데 대합실에 참전용사 옷을 입은 분이 계셨어요.” 기차에 탔는데, 통로 건너편에 허 지부장이 앉았다. “월남 갔다 오셨냐고 물었더니 ‘무슨 소리냐, 육이오다’라고 하셨죠.” 명함을 주고받은 뒤 겨울 방학에 사진 찍으러 가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올 3월 박 교수는 책상을 정리하다 허 지부장의 명함을 찾아 다시 연락했다. 지부 운영위원 회의를 거쳐 박 교수는 4월부터 부산에 거주하는 78명의 6·25 참전 유공자 사진을 찍었다. “부산지부 소속 16개 지회 중 기장과 강서를 빼고는 다 만났어요. 올해가 정전협정 70주년으로, 참전 유공자 대부분이 90대 고령이라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분은 400명 정도라고 하더군요.” 현재 부산에 있는 6·25 참전 유공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개별로 연락해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는 ‘지회 행사가 있다’고 참전 유공자 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고 했다.

박희진 교수는 부산에 거주하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박희진 제공 박희진 교수는 부산에 거주하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박희진 제공

사진을 찍을 때 박 교수는 참전 유공자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휴전될 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와 ‘휴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사전에 준비한 노트에 참전용사들의 친필로 받았다. “서울 수복 때 태극기를 꽂는 모습을 지켜보고, 압록강까지 올라가 물을 마셨다는 분들이 계세요. 많은 이들이 휴전으로 분단이 되었다고 안타까워하셨죠.” 갓 결혼한 형 대신 참전하고, 친구들과 같이 참전했다 혼자 살아남고. 박 교수는 사진을 찍으며 참전 유공자들의 아픈 사연도 많이 들었다. 그는 전시 기간 참전 유공자 토크 콘서트를 열었고, 이 영상은 유튜브 ‘박희진TV’에서 볼 수 있다.

6.25 참전 유공자 사진전 포스터. 박희진 제공 6.25 참전 유공자 사진전 포스터. 박희진 제공

전시장에서 만나는 참전 유공자 사진 배경은 편의점, 시장, 식당, 버스정류장 등 일상의 공간이다. 박 교수는 참전용사가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알리기 위해 그들이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사진을 찍어 전시하려 한다고 하니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보소, 교수요.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라고.” 박 교수는 ‘우리는 곧 사라질 공룡과 같은 존재’라는 참전 유공자의 말을 들으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내년에는 더 크게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시는 바쁘게 준비하느라 아쉬움이 남아요. 내년에는 서면이나 광복동같이 거리에서 더 많은 사람이 6·25 참전 유공자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박희진 사진전은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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